문화 출판

[화제의 책-빅토리아의 비밀]빅토리아시대 은밀한 뒷면 공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2.07 13:55

수정 2014.11.07 11:42



‘빅토리아즈 시크릿’은 미국 여성들 사이에 가장 유명한 속옷 브랜드다. 붉은색 실크와 검정 레이스 등 화려한 속옷들은 여성들의 시선을 잡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치 영국 빅토리아 시대 귀부인의 방처럼 꾸며진 탈의실에서 속옷을 입고 거울에 비춰보던 이주은씨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던 열정이나 욕망을 훔쳐 본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미술사학자인 그가 저서의 제목을 ‘빅토리아의 비밀’이라고 지은 것은 그때의 시선과 느낌을 영국 빅토리아 미술에서 그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는 여성의 순결과 금욕을 강조한 성적으로 가장 엄숙했던 시기다.

하지만 이 시대의 그림에 나오는 여성들에게는 순결하기 보다는 쓸쓸하고 또 관능적이다. 저자는 그 아이러니한 느낌에 주목하고 그림이 담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은밀한 뒷면을 조심스레 공개한다.

억압에 더욱 강해지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듯이, 이 시대 영국에서는 매춘과 성병이 유독 기승을 부렸다. 금욕을 강조했던 시대에 매춘부들은 멸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평생 숨어 지내는 일도 많았다. 물에 떠오른 익사체의 여성이 많이 그려진 것도, 가슴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잠이 든 여성이 그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이 시대에 여자는 사회적 권리가 없어 늘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감금되어 남편을 기다리고, 만일 버림받으면 갈 곳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담장 밖에서 다른 여자와 유희를 즐기는 남편을 바라보며 담에 기대어 가슴을 움켜쥔 여자를 그린 필립 칼데론의 ‘깨어진 맹세’를 보면 그 당시의 시대상이 잘 나타난다.

이처럼 저자는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사회·문화의 시대상을 꼼꼼하게 읽어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섞어 생생한 경험처럼 되살려 놓는다. 늘 어렵게만 생각되던 미술사를 쉽고 흥미롭게 살려낸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아름다운 겉모습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 여인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이 궁금해서 그림을 지나쳐버리지 못했다면 그건 이미 그림이 건 마법에 걸려든 것이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운 색감과 신비로운 구도안에 숨겨진 빅토리아 시대의 은밀한 속내를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이세경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