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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뉴로맨서]사이버스페이스 개념 정립한 SF소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2.07 13:55

수정 2014.11.07 11:42



매체의 발전은 동시대인들의 감수성의 변화를 촉진시킨다. 지난 수년간에 걸친 급속도의 컴퓨터의 발전과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는 우리의 인지능력의 전제조건들 까지 바꿔놓았다. 윌리엄 깁슨의 SF소설 ‘뉴로맨서’(1984)는 그 출간과 동시에 문화의 영역에 까지 침투한 컴퓨터적 가상 현실의 문제를 최초로 다룬 고전이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그가 묘사한 미래의 세계는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 설득력 있게 현실로 다가온다.

중고타자기로 쓰여진 당대 가장 하이테크적인 상상력의 기록인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3부작(‘뉴로맨서’, ‘카운트 제로’, ‘모나리자 드라이브’)에서는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을 통한 인터넷의 버츄얼한 세계에 대한 예견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자유자제로 넘나들던 주인공 케이스는 신경계를 손상당하고 그 치료를 위해서 치바시에 머물고 있다.

미세한 신경계의 훼손을 통해서 그는 더 이상 사이버스페이스로 들어갈 수 없게되었는데 육체적 현실을 초월하는 버츄얼한 세계인 사이버스페이스를 더 이상 들어갈수 없는 케이스의 멜랑콜리가 이 SF소설의 전반부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만드는 기제다.

“(…) 엘리트답게 처신한다는 것은 육체를 은근히 무시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육체란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랬는데…. 케이스가 바로 그 육체라는 감옥에 처박힌 것이다.” 핵전쟁 후 대기업군들이 지배하는 음울한 지구의 모습, 고도의 통제된 현실사회의 이면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고, 이러한 어둠의 세계의 중심에는 두 대의 인공지능이 놓여있다. 인공지능 1호기(인터뮤트)는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번째 인공지능 ‘뉴로맨서’와의 상호 교류에 대한 열망에서 주인공 케이스를 그러한 임무의 적임자로 선택한다.
케이스의 손상된 신경계를 치료해주면서 혈관 속에 독주머니를 넣어 그를 통제하며 ‘뉴로맨서’를 찾는 모험의 길로 케이스를 내몰아간다는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와 같은 박진감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잡다한 묘사와 탐정소설적인 미로 찾기 게임을 보는 듯하다.

‘뉴로맨서’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전달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문화적 파장을 낳았으며, 사이버펑크라는 신조어 또한 뉴로맨서의 수용사에서 심심찬게 이야기되어진다.
특히 영화 ‘매트릭스’의 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 되어지는데,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수많은 SF소설이 그러하듯이 ‘뉴로맨서’에서도 미래라는 열린 공간에 투영되어진 현실의 자화상이라 할수 있다.

/김영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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