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룰(Local Rule)에 의해 이 홀에서는 드라이버를 잡으면 안됩니다.”
파4홀이라서 평상시 대로 드라이버를 빼들었더니 경기도우미가 이렇게 깜짝 놀라며 만류한다. 이유는 홀 구조상 앞조가 그린에서 홀아웃 해야만 티샷이 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진행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부득이 아이언 티샷을 해야 한다는 것. 이렇듯 어이 없는 경우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흔하게 목격된다.
우리나라 골프장의 티오프 간격은 대부분 6분이다. 개중에는 7∼8분 간격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로컬룰이 골프 규칙의 제정 원칙을 잘못 알고 있거나 그릇된 판단을 근간으로 한 아전인수 격 제정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건전한 골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이의 시정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임영선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다음과 같은 잘못된 로컬룰의 대표적 사례를 적시한다.
■국적 불명의 OB티
원활한 경기 진행을 이유로 국내 골프장들이 제정하고 있는 로컬룰 중 대표적 사례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골프 수준의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OB나 분실구가 발생했을 때는 플레이어는 처음 쳤던 원래의 지점에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게 되면 ‘스트로크와 거리의 벌’이라는 규정에 의해 해당 플레이어는 ‘경기실격’이 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많은 골프장들이 ‘OB 특설티’를 마련해 ‘엄청난 배려’를 하는 것이 다반사다. “OB티에 가서 치면 몇 타째가 되느냐”, “OB티에서는 티를 꽂고 쳐도 되는가”라는 얼토당토 않은 질문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린에서는 퍼터만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개장한 골프장들의 특징 중 하나로 공동묘지 같은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과 낙타 등과 같은 그린 마운드를 들 수 있다. 코스 난이도를 감안한 디자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억지춘향 격인 경우가 너무 많다. 그 중 말발굽과 땅콩 모양의 그린은 조금 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들 그린에서는 핀이 꽂혀 있는 반대방향으로 볼이 올라가게 되면 부득이 그린 밖으로 볼을 내보내서 다시 어프로치를 하거나 첫 퍼트를 ‘V자’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볼이 있는 지점에서 웨지로 어프로치를 하려고 하면 도우미가 기겁을 하고 손사래를 친다. ‘에티켓상’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는 에티켓과 전혀 무관하다. 그린의 조성은 그린 어느 곳에서도 퍼터로 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 플레이어가 웨지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인 것이다.
■산 속에 설치된 래터럴 워터 해저드
러프에 들어간 볼을 찾다 보면 간혹 산 속에 박혀 있는 빨간 말뚝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볼을 찾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므로 규정을 아예 무시한 채 신속한 플레이만을 염두에 두고서 골프장이 로컬룰이라는 이름하에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는 볼을 그 구역 밖으로 가지고 나와 1벌타를 받고 치게 한다. 하지만 빨간 말뚝 내에서도 볼을 찾아서 칠 수 있으며 벌타없이 치면된다. 물론 이 경우 솔을 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이 이러한 로컬룰을 제정해 마구잡이로 규제하는 것은 룰의 오용임과 동시에 남용인 것이다.
■서브 그린에 올라간 볼의 처리
최근에 개장된 골프장 대부분은 원 그린이 주류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이전에 개장한 골프장들은 투 그린이 많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사용 그린이 아닌 이른바 ‘B그린’(일명 서브그린)으로 볼이 올라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거의 모든 골프장들은 그린 밖에다 드롭을 하고서 어프로치 하게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코어 카드에 관련 내용을 명기하지 않고 불문율로서 적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만약 스코어 카드에 이 같은 내용이 없다면 볼이 있는 지점에서 그대로 쳐도 무방하다. 투 그린의 문제점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스코어 카드에 명시된 거리가 어느 그린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게 돼 있어 거리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사진설명=골프장의 로컬룰이 골프규칙을 무시한 채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자의적으로 제정되고 있어 최근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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