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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오릿털점퍼 조사는 괘씸죄?/조용성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2.23 13:59

수정 2014.11.07 11:06



"아무래도 괘씸죄 같다."

이마트 관계자가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오리털 점퍼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한 말이다.

소보원은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등 시중 대형할인점 4곳에서 판매하는 오리털 점퍼 6개 품목의 품질을 비교?시험한 결과, 전 제품 모두 오리털 함량이 표시보다 7.9∼40.9%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특히 소보원은 "6개 제품 중 이마트의 자기브랜드(PB) 상품인 '디자인유나이티드 퀼팅솔리드 점퍼'는 품질 수준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소보원 자료에 유난히 이마트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며 "지난 봄 소보원이 실시한 녹차제품 평가 결과를 놓고 이마트 입주업체가 소보원에 강력하게 항의한 적이 있는데 혹 그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싶다"며 소보원의 엄중(?)한 조치에 서운해 했다.

조사 결과가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이야기. 그는 또 "제품 하나를 가지고 품질을 이야기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넘겨버리기엔 함량 부풀리기 정도가 지나치다. 이마트의 '디자인유나이티드 퀼팅솔리드 점퍼'는 겉표시에 오리털 함량이 50%인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 함량은 9.1%에 불과했다. 무려 5배 이상 부풀려 표시된 셈. 이마트의 또다른 상품인 '이베이직스포티브 오리털 점퍼' 역시 상품에는 60%로 표기돼 있으나 실제 함량은 29.1%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상품들은 이마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품질을 보증하는 PB 상품들이고 이마트가 그동안 "우리의 PB 상품은 백화점의 품질을 따라잡았다"며 적극 홍보해왔다는 점에서 실망감은 더 크다.

이마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황경옥씨(43·서울 창동·주부)는 "오리털 함량 9%는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며 "품질이 뻥튀기된 상품이 오리털 파커뿐이 아닐 것"이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마트측도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모두 환불해주고 있고 앞으로 품질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는 자세로는 근본 해결책을 찾아내기 어려운 법이다.
이마트가 "소보원측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군색한 변명은 늘어놓기보다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생긴 원인을 철저히 찾아 재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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