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06 격랑의 금융권]강경훈 금융硏 연구위원“사상최대 이익 안주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1 14:04

수정 2014.11.07 00:54



지난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블루오션’ 논쟁이었다. 그러나 이 화두를 촉발시킨 ‘도화선’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지난 4월 중순 나온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론이다. 은행들이 우량 고객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

이 논리는 결국 금융감독당국이 5월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거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은행 영업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낸 이는 금융연구원 금융시장팀 강경훈 연구위원(38).

서울 명동 은행회관 연구실에서 강위원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요청을 부담스러워 했다. 내노라하는 연구원 선배들과 길지 않은 연구능력을 의식한 것일까. 하지만 주변을 탐문해 보니 ‘겸양’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실력을 갖춘 소장학자이다. 연구실 메모판에는 연구과제와 시한이 빡빡했다.

“승자의 재앙은 사실 경매이론으로 각광받던 거죠. 지난해 8월 미국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 은행 경쟁 양상을 들여다 보니 적용이 가능하다 싶어 ‘은행의 우량고객 유치경쟁과 승자의 재앙’이란 보고서를 쓰게 됐습니다.”

강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은행 조사부, 기획부를 거쳐 미 매릴랜드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한은 조사국 과장으로 있다가 지난 3월 금융연구원으로 옮겼다. 금융연구원에는 한은 출신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박재하, 이병윤, 하준경 박사 등 8명에 달한다.

강위원에게 지난해 금융시장을 간략히 정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업이란 무엇인가란 문제부터 접근하자면서 “돈장사보다 요즘에는 정보장사 성격이 중요해 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 돈이 없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민들은 사채시장에 몰리거든요.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 기능이 원활치 않다는 거지요. 미국의 저명한 학자 레빈은 금융의 핵심기능을 정보생산, 모니터링, 위험분산, 저축동원,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촉진 등 5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경제성장이 높을 수록 저축동원과 상품·서비스 기능외 다른 3가지 기능이 중요해 지는데 국내 금융시장과 기관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봅니다.”

강위원은 중소기업 전문 크레딧뷰로(CB)인 한국기업데이터업나 한국개인신용(KCB) 등의 출범을 볼때 조금씩 진일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지만 ‘비오는 날 우산 뺏는다’는 불만을 떠올리면 선진국처럼 우량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돕는 기능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등 외형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구조적 치유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일 터이다.

그는 “금융과 실물경제와의 미스매치는 결국 정보생산과 모니터링의 부족으로 인해 서민금융의 소외현상을 낳고 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패거리 금융문화’와 ‘쏠림현상’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전 바이코리아 열풍부터 소호대출, 주택담보대출, 카드 영업까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금융시장에 큰 난제가 없었다. 성적표가 좋았다’는 일각의 평에 작은 경종을 울릴만 했다.

강위원은 금융시장이 올해에도 이런 문제에 천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성 강화와 은행권 재편 등도 계속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에 온 이후 새벽 2,3시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날이 다반사라는 그는 자신만 일에 파묻혀 사는 게 아니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모 연구위원은 한꺼번에 14개 과제를 수행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단다.


요즘 강위원은 쏠림현상에 대한 연례 보고서 마무리 작업과 함께 대부업법을 연구중이다. 대부 금리가 높은 이유가 연체율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데서 착안했다.
내년에는 금융계열사를 소유중인 기업집단 문제와 채권시장 활성화 방안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싶다는 계획도 털어 놓았다.

/ lmj@fnnews.com 이민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