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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책로]강타(强打)와 경타(輕打)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3 14:05

수정 2014.11.07 00:51



클럽 역대 챔피언 중의 한 분은 티 박스에 오르면 예비 스윙 없이 그대로 샷을 날린다. 주위 사람들은 거침없는 그의 방식에 압도된다. 이유를 물어 봤더니 “시합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이란다. 그의 방식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최초 3초의 직감에 따르라는 권유가 있다. 직감이 가장 정확하다는 얘기다.
클럽 챔피언의 방식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 다음에 ‘강타(强打)하려면 경타(輕打)’라는 충고가 있다. 두 팔의 힘을 빼고 가볍게 휘두르면 몸통이 회전되고 원심력도 생긴다는 것이 최영정 선배의 설명이다. 우스갯 소리로 하는 복날 개 패듯이라는 의미의 복중타견법(伏中打犬法)과는 사뭇 다르다.

강타와 경타는 검도에서도 약간의 논란거리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강검은 후수(後手)를 방해한다”고 가르쳤고 대부분의 검도 이론도 골프와 같이 왼손이 유도하고 오른손은 방향잡이로 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의 검도도 있다. 오른손으로 치고 강타 위주다. 바로 사쓰마(지금의 가고시마)의 지겐류(示現流) 검법이 그것이다. 히토쓰노 타치(첫 공격)에 모든 것을 걸고 삼천 지옥까지 내리친다는 강렬한 의지의 검법이다.

지겐류는 다른 파의 활인검 따위는 믿지 않는다. 칼을 뺀 이상 상대를 죽이려는 본능에 따를 뿐이라는 것이 나름의 철학이다. 지겐류의 고수 도고 시게카타는 수제자에게 밖에서 짖어대는 들개들을 정리하라고 명했다. 잠시 후 돌아온 두 사람은 “스승님, 개들을 일도 양단을 내면서도 지면에서 약 1촌 정도의 지점에서 딱 멈추도록 베었습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시게카타는 갑자기 검을 빼어 옆에 있던 바둑판을 단칼에 내리쳤다.
검은 바둑판만을 동강낸 것이 아니라 마루바닥을 뚫고 들어가 토대목 대들보까지 절반을 갈랐다.

시게카타는 “이것이 우리 유파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강타가 좋은지 경타가 나은지 정말 모르겠다.

/김철대표이사(뉴서울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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