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2006 격랑의 금융권]은행·증권·보험 결합…시장 장악 선봉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3 14:05

수정 2014.11.07 00:51



지난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가 지주회사의 닻을 올렸다. 금융권에선 첫 시도였다. 당시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지주사 체제가 안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공적자금 수혈을 추가로 받는 과정에서 빚어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곧 상황은 뒤바뀌었다.
그해 9월 신한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금융지주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지주사의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후 지난해 12월1일 하나은행도 지주회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국내 ‘빅4’은행 중 국민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은행권의 경쟁구도가 지주사 경쟁체제로 본격 진입한 셈이다. 특히 리딩뱅크인 국민은행도 지주사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주사 중심의 주도권 다툼 양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제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자체 상황뿐 아니라 시장 환경이 지주회사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지주사 전성시대

지난달 하나지주의 출범은 우리 금융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지주회사 구도가 확고히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않다.

하나지주의 가세로 금융지주사 구도는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3파전 형태를 갖췄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우리지주가 16조6000억원으로 선두이며 신한지주가 14조7000억원, 하나지주가 9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을 기준으로 따지면 신한지주(190조원)가 우리지주(157조원)를 상당수준 앞지른다. 보유 계열회사 현황을 보면 신한지주가 조흥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 등 12개를 거느리고 있고 우리지주와 하나지주가 각각 8개, 4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판도는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다. 변수는 1·4분기 안에 이뤄질 외환은행과 LG카드의 매각 결과다.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주사 경쟁 구도에는 메가톤급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주회사 체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다.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국민은행은 최근 들어 지주사 전환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한국씨티은행도 법적 여건이 갖춰지면 지주사 설립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G카드를 원하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계산으로 풀이된다.

고객정보를 한곳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설립은 금융회사들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주사 경쟁의 산물 ‘복합금융점포’

지주사를 큰 축으로 한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그 현장은 ‘복합금융점포’다. 은행과 증권, 보험이 지주사 지붕 아래 모이면서 형성된 복합금융점포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첫 스타트는 우리금융지주가 끊었다. 우리지주는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에 ‘우리금융프라자’를 열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데 모아 취급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달 서울 여의도와 반포에 BWB(Branch with Branch) 점포인 하나금융프라자를 오픈했다. 한 층에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함께 두고 고객들이 한 장소에서 은행 증권 보험 펀드 등 모든 금융상품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했다.

또 신한-조흥은행 통합작업을 진행 중인 신한금융지주는 은행·증권 지점이 모여 개인자영업자(소호·SOHO)금융, 기업금융, PB 업무를 같이 수행하는 개념의 ‘파이낸셜센터’를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이달 중순께 서울 잠실과 압구정동 2곳에 설치하고 오는 2008년까지 전국에 걸쳐 10군데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효율적 운영이 관건

이처럼 지주회사는 시대의 흐름과 맞아 떨어져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주사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주회사내 비중이 은행에 집중돼 있어 다른 사업부문과 균형이 맞지않은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특히 지배구조도 운영에 따라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문이다. 우리지주의 경우 황영기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고 신한지주(나응찬-신상훈)와 하나지주(김승유-김종열)는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 있는 구조다.

문제는 회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라는 데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회장과 김회장이 신한지주와 하나지주에서 갖는 위상은 상상을 넘어선다”며 “권한이 집중되면 경영 방침이나 의사구조에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지주사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는 “금융지주사는 조직내 업무가 중복되고 복잡하기 때문에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비효율적 운영 등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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