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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청솔야학교장 정두섭 GS칼텍스 6시그마추진팀 MBB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8 14:14

수정 2014.11.07 00:44



“여기 오는 건 이제 버릇이 된 것 같아요. 전 여기서 많이 배웁니다. 이 분들에게 살아가는 도리와 인생을 배운다고 할까요. 가끔은 아내와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할 때가 있어요.”

GS칼텍스 6시그마추진팀 정두섭 마스터블랙밸트(MBB)는 직업이 또 하나 있다. ‘청솔야학’의 교장 선생님이 그것이다.

회사를 마치고 정MBB는 어김없이 지하철 모란역 근처의 허름한 시멘트 건물의 지하를 찾는다. 이곳에서 그는 만학도 20여명을 대상으로 과학 과목을 가르친다.

야학이라고 하지만 일반 중·고등학교와 다른 것도 별로 없다.
스승의 날 행사도 하고 체육대회도 연다. 4월과 8월, 검정고시 시험을 마치면 소풍도 가고 1박2일 졸업여행도 다녀온다.

“야학에 나오는 대다수가 어머님들인데 직장에 다니거나 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 분들은 오후 6시 반부터 또 하루를 시작하는 거예요. ‘이 나이에 무슨’, ‘혹시 내가 중학교밖에 못 나온 걸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까’ 걱정돼서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죠. 그러니 수업을 10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정MBB가 이곳 청솔야학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2년,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청솔야학 교장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면서부터다. 자신도 군대를 가기 전 3년 동안 야학 교사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학교를 찾았다.

“소풍을 가면 난생 처음 와봤다며 어린애모양 좋아하고 또 어느 어머님은 졸업여행 때,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설움에 북받쳐 울기도 합니다. 저도 마음으로 눈물을 흘릴 때가 많아요.”

물론 보람된 순간도 많다. 특히 이곳 출신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은 꽤 높다. 강남에 8학군이 있다면 검정고시 8학군은 아마 18년 전통의 ‘청솔야학’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학교가 지하에 있다 보니 환경이 굉장히 안 좋아요. 중학반과 판자 하나 사이다 보니 옆 반 수업도 다 들리고 장마 때는 무릎까지 물이 차기도 하죠.”

그래서 정MBB는 ‘지하탈출 지상진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근 1일 주점을 열었다.

“청솔 출신 동문들은 물론 회사 동료들이 많이 와줘서 정말 잘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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