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병술년,증시에서 배우자/임관호 증권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09 14:14

수정 2014.11.07 00:43



2006 주식시장 개장도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한국증시는 코스피지수 네자릿수 시대 정착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8년째 이어지는 설비투자 부진, 내수침체 지속,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급등 등 험난한 안팎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별다른 호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주식시장은 놀라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작은 변화’들은 있었습니다. 지난 2004년말부터 불었던 ‘적립식 펀드 바람’이 그 하나입니다. 누가 이 작은 미풍이 강풍으로 변할지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큰손들의 뭉칫돈이 아닌 매달 월급에서 쪼개내는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을 부어야 겨우 효과가 나는 장기 투자자금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 많은 경제 주체들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더 큰 위안은 시장에 대한 재발견입니다. 그리고 단기투자에만 익숙해져 있는 국내 자본시장이 주식의 장기투자 문화에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주식의 장기투자 문화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개선, 투자자 보호의 제도적 장치 등이 뒷받침이 돼서 가능했습니다.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낸 투자 문화입니다.

약팽소선(若烹小鮮) 증시, 日日新 한다

올해 추구해야할 사자성어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이 선정됐습니다. 노자의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에서 딴 말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란 뜻입니다. 작은 생선을 이리 뒤치락거리고 저리 뒤치락거리면 결국은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의미로 한마디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라는 뜻입니다. 경제로 치자면 시장원리대로 흘러가도록 놔두는 것이 제일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 전문가가 증시 상승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스갯소리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정부의 개입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역대 정권을 통틀어 주식시장에 대한 부양 대책이 전혀 없었던 정부는 아마도 현정부가 유일무이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약팽소선이 올해 추구해야 할 사자성어로 꼽힌 것을 보면 주식시장 말고는 아직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시장은 생물과 같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 가혹하리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기업 스스로가 투명하지 않고는 시장에서 대접받을 수 없습니다. 회사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칼날의 서슬은 더 퍼렇습니다. 주식시장의 주주 우선 경영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제 주체들의 잘못도 시장을 통해서 철저히 대가를 치릅니다. ‘약팽소선 경제’가 가능한 까닭입니다. 정부의 규제가 줄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제3의 손에 의해 질서가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 투자 종목 고르듯하자

올해 최대 관심거리는 오는 5월31일에 치러질 지방선거입니다. 또다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올해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평가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작용도 만만찮을 전망입니다.

지역 살림을 챙겨줄 2888명 기초의원과 단체장을 새로 뽑습니다. 또 한번 열병처럼 정신없이 치러져서는 안됩니다.

주식투자 종목을 선택할 때 몇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우선 재무제표를 통해서 재무구조가 튼튼한 가를 확인합니다. 분식회계의 경험은 없었는지, 부채 비율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자본금에 비해 순익성은 뒤떨어지지 않는지, 향후 성장성은 있는지, 시장점유율은 어떤지, 과거 공시에서 불성실한 점은 없는 지 등등 입니다. 지방선거에도 그대로 대비해보면 어떨까요. 불성실 공시처럼 과거에 거짓말을 한 적은 없는지, 정말 지역 경제를 잘 알고 있는지, 경력에는 거품이 없는지, 직업이 정치꾼은 아닌지 등등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선거와 주식투자와 공통점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와 증시의 공통점은 경제 주체들 스스로 투명하게 알리고 그 투명성에 따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시 같은 경제, 증시 같은 정치가 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 limg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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