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인터뷰]권홍사 건설협회장…“중동에는 달러 넘쳐 수주물량 널려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10 14:14

수정 2014.11.07 00:41



“지금 중동지역에는 달러가 날아 다녀요. 먼저 나서서 줍는 사람이 임자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국내에서 아웅다웅할 겨를이 없습니다. 특히 대형 건설업체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해찬 총리 중동순방때 동행했던 수주텃밭인 중동 기억을 떠올리면서 절로 신바람을 냈다. ‘제2의 중동 특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공사물량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에게는 중동 건설시장이 ‘엘도라도’인 셈이다.

권회장은 말은 안했지만 자신이 경영하는 반도건설을 통해 중동 투자사업에 이미 한발 들여 놓은 것 같았다.투자에 귀재인 그가 중동을 지나쳤을리 없다.

하지만 국내 건설시장과 관련해서는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다. 8·31 대책 이후 부동산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고, 최저가 대상공사의 300억원 이상 확대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외환위기때 경험했던 줄도산 사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병술년 새해에 권홍사 건협 회장을 만나 건설업계의 포부와 애로사항을 들어 봤다.

―8년만에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해외건설 전망은.

▲이해찬 총리 순방때 해외건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외국에 나가 보니 수주 물량이 무궁무진했다. 깃발만 꽂으면 될 정도였다. 하지만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상태다. 건설외교를 강화하고, 시장개척 자금 지원 확대, 보증발급 실무 지원 등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우수죽순으로 난립해 있는 각종 지원기관을 일원화시켜 이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는 높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와 함께 일반 토목 및 건축분야로 진출영역을 다양화해야 한다.

중소 건설업체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형 건설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 듯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올해 해외공사 수주 150억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해결 방안은 없나.

▲지난해 8·31 대책 발표 이후 민간수주가 급감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달동안 주택인허가가 무려 37%나 줄었다. 민간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더욱 규제를 강화해 옥죄고 있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8·31 대책 이후 집값이 어느정도 잡혔지만 주택경기가 완전히 죽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의 유일한 주택공급원인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2∼3년 뒤에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집값을 잡으려면 매년 강남에 2∼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는 땅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 해제로 가능하다. 층수와 용적률을 대폭 높여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지난해 발코니 확장이 양성화됐지만 시행초기여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보완책이 있다면.

▲공동주택 발코니 구조변경 문제는 지난 13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였다. 다행히도 정부가 지난해 적극 나서 제도개선을 한 것은 국민 주거의 질 향상과 입주자 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잘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정에서 적용상 문제점도 다소 나타나고 있다. 소방 안전에 취약하고, 비용 증가 등 소비자 부담도 만만찮다. 따라서 구조변경 절차와 방법등에 대한 설명과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

정부가 제도 개선 이후 접수한 각종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 사례와 적용방법 등을 정리해 인터넷에 공개한다면 새로운 제도가 조속히 정착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가 오는 2월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된다. 덤핑방지 방안과 개선안이 있다면.

▲최저가 낙찰제는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그러나 덤핑이 속출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저가심의제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행보증제도 또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저가낙찰 대상공사 확대로 중소 건설업체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졌다. 즉 최저가낙찰 대상 공사가 확대되면 더 많은 중소 건설업체가 공사 입찰에 참여하게 돼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덤핑 역시 심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덤핑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저가심의제와 이행보증제도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

먼저 현행 저가심의제가 입찰자들의 입찰평균금액을 기준으로 심사, 덤핑방지에 한계가 있으므로 발주기관이 산정한 가격 등을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아울러 발주기관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주관적으로 심사,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이행보증제도를 개선해 보증기관이 업체 신용도와 공사특성에 따라 이행보증서를 발급토록 하고, 보증이행방법을 현재의 역무보증 원칙에 금전보증의 방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부실보증에 대해 보증기관에 책임을 묻는 방안도 도입돼야 한다.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 투명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협회는 건설산업을 위해 어떤 지원계획을 가지고 있나.

▲건설산업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정적인 면만 부각돼 지난해 건설공사 수주와 관련한 뇌물수수에 대해 최장 1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까지 개정됐다. 건설업계를 부패집단으로 보는 것 같아 종사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물론 건설업계도 물량확보를 위한 과당경쟁과 저가덤핑, 불법 하도급 등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투명성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로 강조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윤리경영 실천에 매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다.

협회 차원에서도 지난해 4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로 건설분야의 투명협약을 체결했고, 개별 건설업체들 역시 청렴협약 체결과 윤리경영을 잇따라 선포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올해 건설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신규 분양시장 위축과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 감소로 올해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96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주택 공영개발로 인한 민간주택 사업 위축, 각종 세금 및 부담금 강화,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사업 수익성도 크게 저하될 게 뻔하다. 따라서 건설주체들은 이러한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철저한 게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주택부문은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만 역점을 두지 말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거래활성화에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소형평형 의무건설 등의 재건축 규제와 층수 및 고도제한 완화 등과 같은 탄력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해 나갈때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협회의 중점 사업이 있다면.

▲건설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건설업의 성장기반 조성, 균형발전, 이미지 개선 등에 역점을 두겠다. 우선 정부의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 건설 등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보완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중소 기업간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 해소에도 적극 나서고 중소 건설업체의 해외건설 진출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와함께 건설기술 개발투자도 확대하고 우수 건설인재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에도 노력하겠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8%에 달하고 고용인력만도 200만명에 달하지만 부정부패 주범으로 낙인 찍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올해에는 적극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을 위한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집수리, 사랑의 쌀 보내기, 장학금 전달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첫 사업으로 이달말 설날때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들에게 ‘사랑의 쌀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겠다.
또한 건설하면 ‘노가다’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 연말에 있었던 ‘시와 클래식이 있는 음악회’ 등과 같은 문화·예술행사도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한국건설 60년, 대한건설협회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건설산업이 되도록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 약력

▲1944년 경북 의성 출생 ▲72년 동아대 건축공학과 졸업, 2001년 경남대 명예공학박사 ▲반도 회장 ▲200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부의장 ▲2005년 대한건설협회 회장,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장,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위원장 ▲동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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