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2006 격랑의 금융권]수익 호전…‘제2의 도약’ 힘받는다



서민금융기관은 올해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명쾌히 답할 이들은 많지 않다. 주 이용층이 경기상황에 가장 밀접한 만큼 경기가 호전될수록 수익성이 개선될 수는 있다. 지난해부터 수익 폭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안정될 기미는 엿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수익구조, 경기에 지나치게 민감한 대출구조, 심화되는 기관간의 양극화 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올해는 이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룰지, 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 몫은 감독당국의 건전성 감독과 업계의 자율적인 상시 구조조정이 얼마나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수익성 괄목 호전…저축은행 시각 달라져

통상 서민금융기관은 농·수·신협,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우체국, 산림조합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는 서민금융 활성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하반기 108개 저축은행이 거둔 당기순익은 3861억원. 전년 동기에 비해 143.8% 증가한 ‘괄목’할 실적이다. 흑자 저축은행은 98개사로 지난 2004년 6월 말보다 10개사가 늘었다.

이는 수신금리 인하와 주식시장 활황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저축은행발(發) 금융위기’를 우려했던 때를 떠올리면 상전벽해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한 시장의 태도는 변했다. 매각이 추진중인 인베스트와 예가람저축은행 인수에 각 6개, 13개사가 각축을 벌인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대형 시중은행(우리은행)까지 ‘서민금융 확대’를 내걸고 예가람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정도. 과거 저축은행을 서로 맡지 않으려 했던 것과 달리 ‘저축은행을 잘 굴리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신협과 행정자치부가 감독중인 새마을금고도 경기회복세를 등에 업고 수익을 시현하고 있다.

■꿈틀대는 자율 빅뱅…금융사들 ‘변신’ 추구

인베스트와 예가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량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서민금융기관의 자율 빅뱅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당국의 올해 저축은행, 신협 등에 대한 감독방향 역시 건전경영 기반 구축, 선제적·탄력적 구조조정 등에 맞춰져 있다. 부실금융사가 상당히 정리된 만큼 과거처럼 계약이전이나 청산 등의 강제적 방법은 피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은 이에 맞춰 업계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만 규제도 큰 수준으로 풀었다. 적기시정조치제도를 바꾸고 유가증권 투자 제한도 완화했다. 저축은행끼리 자율 인수합병(M&A)을 원활히 하고 영업기반을 넓히라는 의미다. 금감원 이정하 저축은행감독팀장은 “감독당국의 규제 완화와 영업환경 개선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경쟁력 및 건전성이 회복돼 가는 단계”라면서 “저축은행의 몸값이 대부분 올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신협의 경우 결손금 해소를 통한 중앙회의 조기 경영정상화, 지역신협 등 이종(異種)신협간 합병 등 건전성 강화의 고삐를 바짝 죌 계획이다. 금감원 김진수 상호금융감독팀장은 “수년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중앙회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야만 서민금융 공급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기관은 은행권에 비해 턱없이 규모가 작고 영업분야를 잠식당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나름의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눈빛’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기반 확충·건전성 지표 개선 시급

서민금융의 올해 전망에 대한 견해는 분분하다. 감독당국 내부에서도 저축은행은 양극화 심화 등 잠재 부실요인과 금리인상 추세에 따른 수신기반 확보의 어려움, 신협은 취약한 건전성 부문의 개선을 각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요인을 적시에 찾아내기 위한 상시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행위와 경영실태 평가 등에 대해서는 한층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 간여 배제, 인수 대주주 자격요건 강화 등 지배구조의 선진화는 무엇보다 핵심적인 과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함께 영업환경의 악화와 자산부실화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5%를 웃돌고 있는 저축은행이 높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 탓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금감원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경기민감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지도키로 한 방침과 맥이 닿아 있다.


반면 저축은행이 신용위험은 높지만 감독당국의 규제 완화와 건전성 강화로 올해 수익성 개선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 상황이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고유의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고 수요가 창출된다는 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비전이 있는 장사”라면서 “올해 경기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토대 위에서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면 개별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구위원은 “하지만 우량 및 부실기관간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신협의 경우 지역·단체·직장신협 중 지역과 단체신협의 부실이 문제이며 중앙회 부실은 외부 지원 없이는 치유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