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렇습니다]부드러운 공정위 만들기/강대형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신성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15 14:16

수정 2014.11.07 00:34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대부분 ‘시장 경제의 파수꾼’보다는 ‘경제 검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시장 경쟁의 촉진과 소비자 만족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정위가 민간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인 것처럼 오인되는 이유는 아마도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구조 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공정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데 기인한 듯하다. 이러한 ‘경제 검찰’ 이미지를 반영한 탓인지 최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공정위가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무서운 공정위’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시장 친화적 기관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는 그 동안 다양한 제도를 도입?운영해 왔고 앞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법 위반 이전에 기업 스스로 경쟁법을 준수하도록 다양한 제도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단계에서도 대규모 기획 조사보다는 상시감시 체제에 의한 혐의 업체 위주의 조사를 통해 피조사인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사건화가 된 경우에 피심인들이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는 시장 개혁의 큰 방향을 정부 직접 규제에서 시장 자율 규율로 전환한 참여정부의 ‘시장 개혁 3개년 로드맵’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우선 법 위반을 사전에 예방하고 자율적인 분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사전심사 청구제도, 카르텔 자진 신고자 면책제도, 신고포상금제도, 소비자불만 자율관리시스템 및 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P는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 관련법규를 준수하는 풍토를 정착시켜 민간 분야에 경쟁 문화가 확산되도록 하는 준법 시스템으로 기업 안에 ‘작은 공정위’를 설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심사 청구제도는 기업이 준비 중인 사업 내용이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30일 이내에 공정위 공식 의견으로 받아볼 수 있는 제도다. 공정거래 사건은 치밀한 경제 분석을 통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이 제도를 활용해 법 위반 여부를 사전에 확인함으로써 안심하고 사업 활동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카르텔 자진신고자 면책제도(Leniency Program)와 신고포상금제도도 기업 스스로 법 위반 행위를 자진 시정하거나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질서를 조속히 정착시키고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도록 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공정위의 조사 부담을 덜 수 있다.

소비자불만 자율관리시스템(CCMS)도 기업이 자체로 소비자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공정위의 간섭 여지를 줄일 수 있고 분쟁조정제도 역시 당사자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통해 즉각적인 피해 구제를 가능케 하고 분쟁 해결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둘째, 조사 단계에서 피조사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사 공무원에 대한 인성교육, 조사권 남용 방지교육 및 조사기법 향상 등 전문성 강화 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공정위 지식정보시스템(KMS)을 통해 관련시장에 대한 분석자료 등 전문지식이 많이 축적됨으로써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료나 무리한 자료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거쳐 정식 심의안건으로 상정되더라도 피심인이 절차적 권리(Due Process)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심의속개제와 심의절차 준비제도를 도입하였고 증거 자료의 열람·복사권을 확대했다.

심의속개제는 한 차례의 심의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다음 기일에 심의를 속행할 수 있는 제도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건의 경우 지난해 7월13일부터 10월26일까지 모두 7차례, 총 40여시간 전원회의를 속개, MS사에 최대한의 의견 진술 및 방어 기회를 부여한 바 있다.


심의절차 준비제도는 심의기일 전에 심사관과 피심인 간에 충분한 공방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실관계, 쟁점 및 주장내용 등을 명확히 정리하고 심의 기일에는 중요 쟁점사항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 하는 제도다. 이의 활용을 통해 피심인의 반론권은 더욱 더 신장될 것이다.


그 동안 공권력에 의한 사후 처벌 위주의 무서운 기관으로 인식됐던 공정위가 앞으로는 소비자, 기업 등과 함께 시장 경제를 가꿔 가는 부드러운 공정위로 인식되기를 바라면서 시장자율 규율로의 전환에 경제 주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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