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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객’빠진 보조금 논쟁/허원기자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22 14:17

수정 2014.11.07 00:25



오는 3월26일 일몰되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 연장 법안을 놓고 이동통신회사들이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후발사인 KTF·LG텔레콤이 벌이는 논쟁을 들어보면 모두 ‘고객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SK텔레콤은 “다른 회사에서 2년 넘은 고객이 올 경우 보조금을 주면서 자사 2년 미만 고객은 안 된다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KTF는 “신규고객은 40%의 보조금을 받고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폰을 구입할 수 있으니 혜택을 보는 셈”이라는 논리를, LG텔레콤은 “기여도에 따른 보조금 혜택이 고객 형평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내세우는 이같은 ‘고객 위주’ 뒷면에는 ‘돈과 가입자를 잃지 않겠다’는 검은 속셈이 짙게 깔려 있다.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SK텔레콤은 2년 이상 가입자에게 모두 10만원의 보조금을 쓸 경우 1조원이 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하지만 KTF나 LG텔레콤은 SK텔레콤의 1000만명에 달하는 2년 이상 가입자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벌여 가입자를 빼올 수 있다.

반면 보조금이 일몰됐을 경우 자금력이 없는 후발사들은 선발사인 SK텔레콤과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다급하다 보니 이통3사는 고객을 위한다는 논리를 들고 국회를 들락거리며 로비를 벌이고 있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미 이통사에 고객은 허울 좋은 먹잇감이 된지 오래다. 이들은 지난 몇 년 전부터 올해까지 통화품질· 번호이동성·약정할인·요금·통화 연결음·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유통 등 갖가지 사안을 놓고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을 선순환시켜야 할 이통사에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상도덕만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객을 앞세운 이통사의 보조금 논쟁은 공허하기만 하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당정 합의를 이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향방은 오는 2월 임시국회서 가려지게 된다.


“소비자의 반응이 답이며 고객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한 전문가의 일성은 고객을 위한다는 이통사들이 한번쯤은 새겨들을 말이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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