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내는 국민’ 늘려 양극화 재원 확보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위해 재원 확보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정부가 오는 2월 말 발표 예정인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담길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들이 내놓았던 보고서들이 이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개혁방안이 조세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의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각 보고서들의 내용으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넓은 과세기반, 낮은 세율’을 원칙으로 조세 저항이 큰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보다는 과세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160개 비과세·감면 중 120개 재심사

정부는 현재 160개 비과세?감면제도 중 75%에 이르는 120개의 존속 여부를 심사 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법인세율(13, 25%) 인상에 대해서는 “각국이 법인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을 벌이는 마당에 인상은 글로벌 추세를 역행한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박형수 전문연구위원은 이같은 이유로 지난 2004년 2월에 펴낸 ‘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쟁점 분석’을 통해 되레 “법인세율 인하정책을 단계적?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구위원은 법인세수 감소에 대한 해법을 비과세?조세감면 축소 및 효율적인 재정 지출에서 찾고 있다. 올해 존속시한이 만료되는 55개 비과세·감면제도와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65개 등 총 120개 조세제도에 대한 수술 작업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비과세?감면 규모가 지난 2004년 18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정비를 통한 세수 확충 효과는 기대 이상일 수 있다.

■소득공제 동결시켜 과세자 비율 확대

부가세에 이어 법인세와 함께 세수 비중이 큰 소득세 또한 세율(8∼35%) 인상보다는 각종 소득공제를 묶는 게 유력해 보인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1월 내놓은 ‘소득세의 계층별 부담구조와 소득재분배 기능’ 보고서가 참고가 될 만하다.

성연구위원은 “소득공제 축소가 세수 증대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증대시키지만 현실적?정치적으로 수용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따라서 정부는 현행 소득세율은 유지하고 물가상승이나 소득 증가에도 공제 수준을 묶음으로써 과세자 비율을 자연스럽게 올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과세자의 비율을 현재 50%에서 선진국 수준인 70%로 높이는 것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득세 과표 최고 세율구간 신설 등 부정적

과표 최고 세율구간 신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과표 최고 세율구간을 신설(송영길 의원 1억2000만원 이상 40%, 박영선 의원 1억5000만원 이상 39%)하는 것을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선택할지는 불투명하다. 성연구위원은 “구간 신설과 소득 재분배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증적으로 정립된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행 4000만원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인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소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폭락의 진원지였던 주식양도차익의 전면 과세나 모든 소득에 기본적으로 과세하는 포괄주의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기상조”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부가세 면세 대상 폐지 때 세수 7조원 이상 확충

부가가치세도 어떤 식으로든 손볼 것으로 보인다. 부가세는 우리나라 전체 세금의 30%를 차지한다. 단일 세목으로는 최고의 세수 비중을 나타내는 핵심 위치에 있다. 부가세가 재원 확보에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행 10%인 세율 인상보다는 각종 면세 대상이나 영세율 축소, 간이과세자 제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재호 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지난 2004년 4월 내놓은 ‘부가가치세 감면규모 추정’ 보고서에서 2003년 부가세 감면액이 7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연구위원은 “감면 대상과 폭을 조정할 때 이같은 추정 결과가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분야에 따라 감면 규모를 줄이고 예산 지출을 늘리는 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담배소비세율, 소주세율 인상 재추진 시기 저울질

소주세율을 현재 72%에서 90%로 올리는 방안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소주세율 인상은 3849억원의 세수효과를 내지만 지난해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게 조세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다. 조세연구원은 소주세율을 현행 72%에서 오는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1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주의 사회 경제적 비용은 지난 95년 9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75%에 달했던 만큼 고도주인 소주 중심의 술소비와 관대한 음주문화로 폐해가 큰 만큼 주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맥주도 현재 90%인 세율을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08년에는 120%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으로 담뱃값을 추가로 500원 인상하는 방안도 재추진 시기만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을 올리지 않을 경우 1조8000억원의 세수부족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 swshin@fnnews.com 신성우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