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쇼크 방치마라”…전문가 “정부 어정쩡한 개입…시장신뢰 잃어”

원·달러 환율 970원선이 붕괴되면서 환율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950원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업들과 시장은 지금의 환율 장세를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환율 급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이 오히려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들어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 잇따라 붕괴될 때마다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 대응만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는 데도 시장에 별다른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김성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외국자본과 한국경제’ 정책토론회에서 “환율의 급격한 하락 현상에 대해서 우려한다”며 “필요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미적지근한 개입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정부 발언이 환율 하락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환율 변동 시기에 정부가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월례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민간경제연구소장 등 참석자들은 올해 환율이 더 떨어지면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몇몇 경제연구기관들은 원·달러 환율이 900원 초반대까지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의 수출 전선이 막히면서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균형점 밑으로 떨어지면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를 끌어왔던 수출의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를 감안해 정부가 환율 방어에 좀 더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금은 환율을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외환당국이 외환거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60원 하락한 968.90원으로 마감, 3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97년 11월4일(961.00원) 이후 8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원·엔 환율도 동반 하락, 843.33원으로 8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의 환율 하락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7200억원가량 대규모 순매수하면서 달러를 팔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은 이틀째 강한 반등세를 이어가며 급락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5.76포인트 오른 1342.59, 코스닥지수는 23.79포인트가 급등한 641.97로 거래를 마감했다.
/ yongmin@fnnews.com 김용민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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