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이젠 글로벌화]백화점·할인점 고급화 ‘세계최고’수준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1.30 14:19

수정 2014.11.07 00:18



지난해 3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백화점협회가 주관한 한·일 유통업 국제 세미나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뒤 잠시 이곳을 들른 미쓰코시, 다이마루, 이세탄 등 일본 대표 백화점의 고위관계자들은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다이마루백화점 고바야시 도쿄점장은 “한국백화점이 솔직히 이 정도로 고급스러울 줄 몰랐다”며 “일본 유수 백화점과 비교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매장구성”이라면서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미쓰코시백화점 미야모토 상무는 “한국 백화점은 최근 10년 동안 내내 업그레이드 전쟁을 펼치고 있는 듯하다”며 “화려한 외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인상이나 태도 역시 세계 최고 백화점 수준으로 올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8월, 신축한 신관이 문을 열면서 세계 최고급 백화점을 직접 눈으로 보려는 해외 백화점 관계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미국·일본 등에 자리잡은 럭셔리백화점이 국내시장에서 그 영역을 급속하게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 지역. 이곳에서 1200평 규모로 새로 문을 연 할인점의 이름은 ‘테스코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의 국내 할인점 브랜드다.
국내 월마트, 까르푸와는 달리 철저히 한국식으로 운영되면서 테스코 전세계 점포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콘텐츠와 마케팅 전략을 적극 벤치마킹하겠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문을 연 맨체스터 지역 점포이름에까지 ‘홈플러스’를 갖다 붙인 것.

국내 할인점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미 창고형 할인점은 국내에 들어와 고급 할인점으로 탈바꿈해 고속 성장중이다. 최근엔 교외형 명품 아웃렛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내년 초 경기 여주에 신세계의 명품 아웃렛 ‘신세계첼시’가 문을 여는 것을 비롯, 롯데 등이 교외형 할인점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들은 한국 특유의 고급화 전략으로 자생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기존 유통업태인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일본의 대표적 유통점인 편의점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유통시장은 세계 대표적인 첨단 유통업태가 총 출동해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백화점, ‘럭셔리’ ‘고급복합몰’로 승부

국내 백화점업계는 막강 라이벌인 국내 할인점과도 차별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체성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할인점이 쫓아올 수 없는 럭셔리문화’, ‘다양한 볼거리의 고급 복합쇼핑몰’ 등을 백화점업계는 새 돌파구로 삼고 있다.

국내 백화점의 럭셔리 시초는 강남상권의 선두주자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 지난 90년대 중반 국내 최초로 명품전용관을 선보인 갤러리아와 80년대부터 미국 최대 럭셔리백화점 니만마커스를 벤치마킹 해온 현대백화점은 90년대 한국 럭셔리 백화점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강남의 럭셔리 문화는 이제 강북으로 급속히 확산중이다. 롯데가 지난해 문을 연 롯데백화점 명품전용관 에비뉴엘은 이제 테스트 과정을 마치고 올해 본격 실력 발휘를 벼르고 있다. 신세계는 연말쯤 본점 옆에 초대형 명품관으로 롯데에 맞불을 놓을 예정.

백화점의 복합쇼핑몰 경쟁도 치열하다. 백화점에 영화관, 게임시설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 복합쇼핑몰. 현재 신축중인 백화점 신규매장은 대부분 이런 초대형 복합몰이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몰.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 될 이곳은 2만2900평 부지에 총 1조250억여원이 투입된다. 올 상반기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08년 백화점, 쇼핑몰, 면세점, 온천아쿠아랜드 등의 복합쇼핑센터가 문을 열고 그뒤 차례로 스포츠시설, 오피스빌딩, 각종 놀이시설 등이 오픈한다.

올해 말 오픈예정인 롯데 서울 미아점, 내년 문을 여는 신세계 경기 죽전점, 올 상반기 공사를 시작하는 현대 충북 청주점 등도 모두 복합쇼핑몰로 꾸며지고 있다.

롯데 미아점은 1개층 전체에 롯데시네마가 들어서고 신세계 죽전점은 이마트 죽전점 바로 옆에 세워져 복합쇼핑타운의 중요한 축이 될 예정.

현대 청주점 역시 영화관을 비롯,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선다. 현대측은 “현재 충남 아산 부지에도 백화점, 할인점을 한데 묶은 복합시설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할인점,“백화점 안부럽다”, 가족동반 즐기는 매장

지난 93년 할인점 1호 이마트 서울 창동점. 매장에는 지게차가 등장해 박스째 물건을 올리고 내리던 시절이다. 이때 고객들은 국내 첫 할인점의 파격적인 가격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1300평 대형 매장을 둘러보는 일 자체도 일종의 ‘문화충격’이었다.

그러나 이제 할인점 1000평 규모는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 2000∼3000평에 고급스런 매장은 기본. 5000∼6000평 규모의 초대형 할인점도 생겨나고 있다.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고급매장’, ‘저렴한 가격에 원스톱 쇼핑서비스’ 등을 외치며 시장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롯데마트 경북 구미점은 매장면적이 6500평이다.

백화점식 의류아웃렛몰만 1000평 규모. 골프연습장, 헬스장 등의 스포츠센터도 200평에 이른다. 어린이소극장, 놀이학교, 유아놀이방, 대형 서점 등도 입점해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5500평 이마트 죽전점은 온가족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매장이 즐비하다.
초대형 스포츠 카테고리 킬러 매장 스포츠 빅텐을 비롯, 자동차용품 전문숍과 어린이용품 전문매장 키즈 파크, 게임코너 세가월드 등. 국내 1위 외식업체인 아웃백스테이크까지 입점해 있어 주말 외식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할인점은 고급화, 첨단화로 무장해 유통시장 전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신규 부지 확보가 쉽지 않아 힘겨운 모습도 보인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오는 2009∼2010년까지 100∼130개 출점이 목표인 가운데 모두 2∼3년 내 업체당 20여개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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