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미쉐린과 함께하는 유럽 엿보기-프랑스 메리벨]신이 빚은 지상최고 스키장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1 14:19

수정 2014.11.07 00:16



스키 문화가 보편화한 유럽인들이 스키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슬로프의 질이나 부대시설만이 아니다. 스키장의 전경, 자연과의 조화, 전통의 보존 여부 등 다양한 기준이 작용한다.

이런 ‘까탈스런’ 유럽인들조차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곳이 바로 프랑스 동부 론 알프스주의 사부아 지역에 위치한 메리벨(M?ribel)이다. 경이로울 만큼 장엄한 알프스 산악지대에 자리한 데다 사부아인들의 전통 생활 방식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키장으로서 메리벨은 신의 축복을 받은 장소다. 우선 위치가 그렇다.
메리벨은 알프스 산맥의 바누아즈 산괴에서 가장 큰 레잘류 계곡의 고원에 자리잡고 있다. 슬로프 길이만 600㎞에 달한다. 리프트도 무려 210여개. 지상 최대의 스키 코스란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른 공간과의 접근성도 용이하다. 서쪽에 있는 해발 2739m의 덩 드 뷰르장 언덕을 넘어가면 유럽 최고급 스키장인 꾸르슈벨에 도달한다. 동쪽에는 알프스에서 가장 멋진 장관이 펼쳐져 있다. 해발 3198m의 까롱 정상에선 생 마르뗑 드 벨빌, 메뉴흐, 발 또렁 등 알프스의 광활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이 고립돼 있는 것을 고려해 볼때, 메르빌은 사통팔달한 공간인 셈이다.

■메리벨의 창시자, 피터 린제이

작은 마을이었던 메리벨을 스키장으로 탈바꿈시킨 이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스키어 피터 린제이였다. 1938년 메리벨과 처음으로 조우한 그는 이 작은 마을에서 ‘스키장으로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로부터 7년 후 그는 ‘잭팟 스키장’의 구축을 위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다.

그는 슬로프의 정상에서부터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 관여하는 세심함을 선보이며 메리벨을 세계 최고의 스키타운으로 바꿔 나갔다. 산면을 따라 샬레(나무를 주재료로 한 별장)를 지었으며, 샬레 건설 중에도 지역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황색 나무, 두겹의 청석돌판 지붕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사부아식 샬레만을 추구했다.

피터 린제이의 노력으로 현재 메리벨엔 콘크리트로 된 고층건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저층으로 된 샬레가 슬로프를 따라 점조직처럼 배치돼 있다. 메리벨의 샬레는 질기기론 최고를 자랑하는 점조직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샬레는 슬로프에 위치한 메리벨-빌라쥐, 쇼단느부터 레잘류 계곡에서 가장 높고 숲이 우거진 지역인 쁠렁 뒤 물랭, 르나르드, 벨페데르, 메리벨-모따레를 지나 지난 1976년 지어진 산지비행장까지 생명력을 내뿜는다.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 영화 같은 모습이다. 한번 이곳을 찾은 스키어들이 메리벨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메리벨, 문화의 향취도 듬뿍

메리벨의 매력은 외적인 모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시각각 펼쳐지는 이벤트가 메리벨의 마성을 배가시킨다. 전문 공연장에서는 영화 감상은 물론, 콘서트, 연극, 유아용 공연(17시, 20시) 등을 즐길 수 있다. 단 프랑스는 파리 등의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선 원어가 아닌 불어 더빙으로 상영되니 주의해야 한다.

알류 박물관에선 1860년 사부아 공국이 프랑스에 통합됐을 때부터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메리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개장시간은 화·목요일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항시 대기 중이다.

고소공포증만 없다면 ‘공중으로의 여행’도 가능하다. 솔리르와 꼴 드 라 로즈 정상에선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볼 수 있다. 경비행기 투어도 준비돼 있다. 천상에서 내려다보는 트루아발레와 몽블랑은 희열까지 느끼게 해 준다.

■메리벨의 밤 100배 즐기기

해가 지면 메리벨 스키장은 더욱 생기가 넘친다. 야간에만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북하기 때문이다. 우선 설상차다. 메리벨의 어떤 스키어들은 슬로프가 폐장되는 순간 오히려 환호성을 내지른다. 설상차 탑승의 시간이 온 것이다. 알프스 산맥을 달리는 설상차 위에 있으면 영화속 주인공으로 변신한 기분이 절로 든다.

마지막 리프트에 오르는 것도 ‘강추’다. 마지막 리프트니 숙소로 돌아올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불안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런 잡념은 머릿속 창고로 집어넣으면 된다. 환상적인 만찬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트에서 내려 두시간 가량 걸어가면 뱅쇼(따뜻한 와인·레드와인에 오렌지 껍질과 계피를 넣고 끓인 음료)와 사부아지방식 퐁듀가 준비돼 있는 공간에 닿게 된다. 성찬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것도 메리벨에서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쇼단느에 자리잡은 다정다감한 분위기의 바인 에떼흐루는 스키어들을 매혹시킨다. 이곳에선 여러 가지 테마로 파티가 늘상 열린다. 숨겨뒀던 춤 실력을 뽐낼 기회도 주어진다.

번잡함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이들도 있다. 호젓함을 추구하는 이라면 알류 마을을 추천한다. 1848년에 지어진 고풍스런 호텔이 웅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장대한 호텔에서 맛보는 아니스(미나리과 향료식물) 갈레뜨와 뱅쇼의 조합은 미식가라면 놓쳐서는 안될 음식이다.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메리벨 지역은 슬로프의 정상에서부터 산면을 따라 샬레(목재 별장)가 들어서 있다.
이들 샬레는 황색 나무, 두겹의 청석돌판 지붕 등을 자재로 한 사부아식을 채택해 지역 전통의 생활양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슬로프를 타고 해발 3198m의 카롱 정상에 오르면 생 마르텡 드 벨빌, 메뉴흐, 발 토렁 등지로 이어져 있는 사통팔달의 광활한 알프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솔리르와 콜 드 라 로즈 정상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트루아발레와 몽블랑은 존재의 환희를 느끼게 해 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