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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시와 진실]괴테가 말하는 ‘괴테 이야기’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1 14:19

수정 2014.11.07 00:16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고 또한 나의 삶에서 후회로 남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기 삶의 어느 일정한 시점이 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한번쯤은 자기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기 내면과 조용히 대화를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살아온 날의 회한과 반성은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다 사라져 버리는 김과 마찬가지이지만 작업을 하는 자의 회고는 자기의 독특한 방법과 형식을 통해 세상에 남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자서전’이고 위대한 사람의 자기 회상은 누구나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이번에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자서전적 소설인 ‘시와 진실’(윤용호 옮김)이 완역되어 출간되었다. 괴테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이 ‘파우스트’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문호다. ‘시와 진실’은 작자의 나이 예순이 되던 해에 쓰기 시작하여 3/4은 몇 년 후에 출간되었지만 마지막 부분은 죽기 일 년 전에 써내려가 사후에 빛을 보게 되었다.


‘시와 진실’은 괴테의 자서전일 뿐만 아니라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자서전을 염두에 두고 읽다보면 소설로 읽히고, 소설로 읽다보면 자서전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이 작품을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 작품이 200여 년 전에 한 독일작가에 의해 시작된 현대적 의미의 자서전이라는 점에 있다. 뿐만 아니라 괴테 문학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욕구가 발동하는 독자에게는 저자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작가 개인의 주변상황뿐만 아니라 작가가 ‘하려고 했고 해야만 했던’ 문학 전반에 관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괴테는 “작품들이 확고한 교양의 정도가 빛을 발하고 있으며, 도덕과 미학의 원리와 신념이 어느 정도 들어있기는 하지만 작품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생활환경과 감정상태, 그리고 영향을 끼쳤던 실례들을 일정한 연관 속에서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는 한 친구의 편지 한통이 ‘시와 진실’을 집필하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만일에 위대한 작가가 이런 수고를 해준다면,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도 편리하고 유익한 그 무엇이 나오게 될 것이고 자신에게 애착을 느끼는 사람들과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친구는 부탁하고 있다.

괴테는 원래 책의 제목을 ‘진실과 시’로 정했다가 어조상 마음에 들지 않아 ‘시와 진실’로 바꾸었다고 밝히고 있다.
머리말의 ‘나의 인생에서. 시와 진실’이라는 제목이 보여 주듯이 괴테는 자기가 살아온 개별적인 상황을 진실로 설정했고 평생의 문학적 작업과 결과를 시로 서술했다. 총 4부20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와 진실’은 제1부는 ‘벌 없는 교육은 없다’, 제2부는 ‘젊은 시절에 소망했던 것은 노년에 풍족히 이루어진다’, 제3부는 ‘나무들은 하늘까지 자라지 않도록 되어있다’, 제4부는 ‘신을 제외하고는 신에 맞설 자 없다’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이 번역본을 읽은 독자들은 이 번역서가 국내와 외국에서 정통 코스를 밟은 한 독문학 학문세대 및 번역세대에 의해 완역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장원 고려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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