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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골프장]바다에 안긴 18홀서 PGA ‘꿈의 코스’맛보다

김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1 14:19

수정 2014.11.07 00:16



국내에서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대회가 열렸던 ‘꿈의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제주 중문 골프장에서다.

지난 2004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공인 대회였던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중문 골프장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의 홀을 선정, 당시 코스 상태를 그대로 재현해 놨다.

1번(파4), 15번(파5), 17번홀(파3)이 그 대상으로 PGA 대회 규격과 동일하도록 코스를 세팅했다. 아마추어들에게도 PGA 코스의 맛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매일 1∼2회 더블 커팅을 하는 그린의 빠르기는 11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유리알’이다. 페어웨이 폭도 기존 60∼80m에서 24m 내외로 좁혀 ‘개미 허리’로 만들었고, 러프 길이는 70㎜ 내외로 조성했다. 티샷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클럽을 휘감는 억센 풀이 타수를 순식간에 까먹게 만든다.

티잉 그라운드도 선수들이 사용했던 위치에 조성해 거리감을 충분히 느끼도록 했다. 특히 4번홀(파4)은 PGA 규격대로 세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리감이 상당히 느껴진다. 파4홀 중에서 가장 길게 조성된 이 홀은 두번째 샷 지점부터 내리막 직선 경사여서 일견 쉬워 보인다. 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강풍과 양측 OB구역, 그리고 제주 특유의 ‘마운틴 브레이크’는 이 홀을 핸디캡 1번홀로 지정하게 했다.

중문 골프장의 백미는 세계 최초로 ‘윈드 해저드’ 홀로 지정된 5번홀(파3)이다. 홀 길이는 160야드에 불과하지만 제주 특유의 강한 북서풍이 불면 드라이버를 잡고도 그린에 볼을 올리지 못하는 웃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 당시 최경주는 3번 우드로 티샷을 했지만 역풍에 휘말린 볼은 그린 앞 30m 지점에서 수직 낙하하고 말았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다른 선수는 드라이버를 꺼내들었지만 역시 볼은 그린 앞 20m에 떨어지고 말았다.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이곳에 풍속계를 설치하고 풍속 13㎧ 이상의 바람이 불 경우 벌타 없이 티샷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로컬룰을 정했다. 5번홀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도 있다.

“맞바람이 강할 때는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풍속에 따라 아래 사항을 참고해 과감하게 클럽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초속 3∼5㎧ 1클럽, 6∼9㎧ 2클럽, 10∼13㎧ 3클럽, 13 ㎧ 이상 4클럽 길게).”

중문 골프장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해 있다는 점이다. 링크스 또는 해안 코스라 불리는 다른 골프장들이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것에 불과한 데 반해 중문 골프장은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어 그야말로 해안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14번(파4)과 15번홀(파5)에서는 바로 곁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우측으로 해안 절벽을 낀 14번홀은 페어웨이 중앙만 공략하면 파를 잡을 수 있는 비교적 쉬운 홀이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플레이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역시 우측으로 검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15번홀도 경관이 빼어나다. 고개를 이 편으로 돌리면 지평선이 펼쳐지고, 저 편으로 돌리면 한라산이 수줍은 듯 살포시 안겨온다. 두번째 샷 지점부터 그린까지는 왼편에 대형 연못이 자리 잡고 있어 페어웨이 오른쪽을 겨냥하고 안전하게 가는 게 현명하다.

티잉 그라운드 우측으로 천길 낭떠러지가 자리잡고 있는 18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약간 왼쪽으로 날리는 게 좋다.
왼쪽으로 굽어 있어 뒷바람을 탄다면 볼은 거의 그린 앞까지 다다른다.

동절기에도 푸른 코스 곳곳에서 겨울 바다를 볼 수 있는 중문골프장은 지난해 클럽하우스를 새롭게 단장했다.
신한코리아골프챔피언십 참가 선수의 사진과 핸드 프린팅, 그리고 대장금 포스터 등 볼거리를 늘렸다.

/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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