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무한경쟁시대를 넘는다]R&D-글로벌마케팅 ‘궁합’맞춰 기업혁신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1 14:19

수정 2014.11.07 00:16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의 긴밀한 연계가 혁신적인 제품의 원천이 된다는 것은 이젠 상식으로 통한다. 100m 아래 땅속에서 끄덕없는 방수시계를 개발하고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소비자의 욕구, 즉 마케팅에 대한 판단 없이 R&D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다. 100m 땅속에 들어갈 일이 없는 고객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더 깊은 물에서 견디는 제품을 만들어 봤자 시장에서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R&D와 마케팅의 조합은 가치 혁신 전략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일수록 R&D 요원들의 지식이 전문화됐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된 연구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더더욱 마케팅 부분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에서 R&D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통합하는 조직간 융합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R&D와 이를 시장에 전파하는 마케팅은 늘 함께 움직이는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R&D 글로벌 수준엔 아직 미흡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서 국내 기업들의 R&D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R&D투자는 매출의 1.6%로 글로벌 100대 기업(3.7%)의 절반도 안된다. 미래 성장잠재력이 위축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의 수입원이 될 기술 개발에 소홀한 기업은 도태될 수 없다는 것이 무한 경쟁시대의 철칙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몇몇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R&D 투자는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7조8000억원을 R&D에 쏟아 부으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등에서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이나, 신차와 하이브리드 등의 R&D투자에 1조953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현대·기아차그룹 등은 한국의 대표기업답게 R&D도 최고를 기록한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지난 2003년 4.7%, 2004년 5.4%, 2005년 6.2%에서 올해는 6.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투자할 만큼 R&D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R&D 단계부터 글로벌 마케팅 고려

눈길을 끄는 것은 혁신적인 기업일수록 R&D와 마케팅부서간 소통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마케팅과 R&D부서간 조율을 거치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프랑스 파리, 미국 샌디에이고, 중국 베이징, 인도 방갈로르, 러시아 모스크바, 브라질 타우파테 등 해외 6개 전략거점 지역에서 휴대폰 R&D센터를 운영, 현지밀착형 제품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현지생산을 통한 해외 판매 확대와 해외 현지에서의 R&D 강화’가 무한경쟁시대의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연구소에 94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글로벌 마케팅과 R&D를 융합시키기 위한 대표적 조치다.

■R&D?마케팅 시너지 위한 조직 통합

R&D와 마케팅의 활발한 시너지를 위해 조직 통합이 활발한 것도 최근의 추세다.

LG필립스LCD는 디지털 융합미디어 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이 예견되는 DMB와 와이브로와 같은 신규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연구개발 및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중소형 사업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오디오와 비디오 부문의 제품개발과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미디어(DM) 총괄 내 별도 조직이던 디지털비디오사업부와 디지털오디오사업팀을 디지털AV사업부로 통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제품의 각종 기능이 통합되는 컨버전스 추세에 맞춰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해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이같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도 R&D와 경영 전략을 연계시키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술연구소를 경영전략과 연계하기위해 혁신지원그룹과 HiCAST(고속주조용 연주기) 연구프로젝트팀, 무교정후판연구프로젝트팀, NFSS연구프로젝트팀 등 4개팀을 신설하고 연연속압연제어연구팀과 POS-TRIP압연연구프로젝트팀을 폐지했다.

R&D와 마케팅의 조화를 위해서는 국경도 넘고 기업간 벽도 허문다.

최근 있었던 포스데이타와 인텔간 와이브로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스데이타는 와이브로 시스템 및 칩 기술을 개발하고도 얼마 전까지 해외 지사망이나 협력업체가 미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인텔과 제휴를 통해 글로벌 영업망과 마케팅 역량을 대폭 강화하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모두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R&D와 마케팅의 행복한 결합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으로 고객밀착경영을 체질화하면서 끊임없이 연구개발 등을 통해 혁신하는 것이 불황극복 기업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했다.

/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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