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볼썽사나운 부처간 ‘환율 엇박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2 14:19

수정 2014.11.07 00:14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수출전선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환율 정책을 놓고 잘했느니 못했느니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율과 같은 중요한 정책에서조차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신동식 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1일 “현재의 환율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왜 시장에 개입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본은 전략이 있는데 한국은 전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심한 듯 재정경제부를 비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태신 재경부 2차관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잘잘못을 떠나 볼썽사나운 일이다. 두 부서가 치고받는 바로 그 순간에도 수출 환경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연초부터 원화 환율이 곤두박질친 결과 1월 수출 증가율(전년동기비)은 4.3%에 그쳤다. 32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소기업 중 3분의 1가량은 적자 수출을 감수하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수출을 포기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환율이 급락해 수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동차·전자 등 일본과 경쟁하는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뚝뚝 떨어지는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수출 주무 부서인 산자부가 발끈한 것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환율정책은 그렇게 거칠게 다룰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신심의관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꼴이 됐다. 예민한 외환시장에서 우리쪽 카드를 뒤집어보인 셈이다.

반발을 미리 조율하지 못한 재경부도 책임이 크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가능한 한 자제하겠다면 미리 산자부를 설득시켰어야 했다.

원화 환율을 둘러싼 국제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신 플라자합의’라는 보고서에서 원화가 달러당 830∼840원 수준까지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럴 때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려선 안된다.

부서간 이견은 한번으로 족하다. 과거 일본은 사카키바라 재무성 재무관이 ‘Mr.엔’ 역할을 했다.
우리도 ‘Mr.원’이 내부 조율을 거쳐 일관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장이 믿는다.
대중 무역은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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