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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일본에 부는 전자화폐 바람/이경환 도쿄특파원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2 14:19

수정 2014.11.07 00:13



“삐∼.”

최근 일본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이 소리를 들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한 번쯤 뒤돌아보지만 일본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별다른 반응이 없다.

전철, 편의점, 비디오가게 등에 가면 자주 보는 광경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이 소리를 듣는 것이 그만큼 일상화된 것이다.

한국처럼 일본도 전자화폐(비접촉 IC카드)가 널리 퍼지면서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2006년은 다양한 전자화폐가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평가받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화폐에는 소니가 주도하고 있는 ‘에디(Edy)’와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의 ‘스이카(Suica)’ 등 두 가지 브랜드가 있다.

에디가 편의점 및 슈퍼마켓 등의 ‘교통계’ 전자화폐라면 스이카는 전철 개찰구 및 역구내 쇼핑가를 중심으로 사용자를 넓히고 있는 교통계 전자화폐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T-머니’ 같은 선불제 결제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에디 기능을 탑재한 카드?휴대폰은 누계 발행 수 약 1480만장, 가맹점 수는 약 2만6000개나 된다. 스이카는 950만장 발행됐고 가맹점은 약 3000개에 이른다.

최근 스이카는 개찰구뿐 아니라 역구내 매점, 음식점, 자동판매기 등 스이카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스이카와 패스넷(일본 관동지역 민영전철 공용 패스), 버스 승차권이 상호 이용 가능하게 되는 등 전자화폐가 소비자들의 주요 결제 수단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에디와 스이카 외에 지난 2005년 4월 ‘퀵페이(QUICPay)’를 선보인 일본의 대표적 카드회사 JCB 등 카드사 10개사와 이동통신사 KDDI 및 보다폰, 여행사 JTB는 지난해 10월 모바일 환경에서 소액 결제를 추진하는 협의회를 구성하고 퀵페이 이용 계획을 발표했다.

퀵페이는 신용카드 기능과 비접촉 IC카드 기능을 하나의 카드에 통합한 것으로 결제 후 신용카드 청구서에 함께 청구되는 후불제 결제수단이다.

일본의 신용카드 이용 비율은 한국의 이용률에 비해 3분의 1을 밑도는 등 현금 사용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후불 결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 금액이 신용카드 결제액과 함께 청구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퀵페이는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세븐 & 아이홀딩’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븐 & 아이홀딩은 편의점만 일본 전역에 1만1000개를 갖고 있어 앞으로 일본 전자화폐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모바일 결제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2년 11월부터 적외선 모바일 결제가 시작된 후 현재 이동통신 3사가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모바일 결제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 7월 NTT 도코모의 ‘오사이후게타이(일본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서비스를 시작한 뒤 지난해 au(2005년 9월)와 보다폰(2005년 11월)이 모바일 결제(비접촉 IC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사이후게타이에 신용카드 기능을 접목시킨 ‘아이디(iD)’서비스, 올해 1월28일에는 ‘모바일 스이카(휴대폰 교통카드)’가 등장해 휴대폰으로 개찰구를 통과하며 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 1680만대가 보급돼 있는 오사이후케타이가 오는 2009년까지 32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4월부터 퀵페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JCB도 모바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이카 기능을 휴대폰으로도 이용 가능하게 됨으로써 일본의 전자화폐 시장이 모바일 시장으로 급속하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비접촉 IC카드와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 시장 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융업계가 가장 적극적이다. 가맹점과 사용자가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금융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현금이 이용되고 있는 3000엔 미만 소액결제의 경우 시장 규모는 약 60조엔에 이른다. 이 소액결제 사용자들이 신용카드 소액결제 서비스로 옮겨가게 될 수 있다면 현재 27조엔의 신용카드시장(개인소비의 약 8%)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진짜 이유다. 이미 60조엔 시장을 둘러싸고 금융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비접촉 IC카드와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카드인식기 규격을 통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자화폐 및 비접촉 IC카드의 규격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휴대폰 1대에 복수의 결제 시스템을 넣을 수 있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시스템별로 인식기를 배치해 놓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인식기의 규격 통일이 지연되면 이용 가능 점포가 제한돼 전자화폐가 널리 퍼지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인식기 규격 통일 문제는 전자화폐 보급 확대뿐 아니라 올해 일본 소액 결제시장의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 leehw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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