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에서]‘포스트 한류’ 준비하자/정순민차장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3 14:19

수정 2014.11.07 00:13



지난해 말 한류의 현장인 중국 베이징과 홍콩, 그리고 일본의 도쿄, 후쿠시마 등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언론재단이 언론인을 대상으로 마련한 단기 해외연수의 자리였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대다수의 기자들은 자칫하면 한류 붐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우선 중국인들, 특히 대학교수·방송 관계자 등 전문가 그룹의 한류에 대한 반감이 의외로 컸다. 중국에서 만난 많은 미디어 전문가와 방송 관계자들은 “한류는 이미 하강기에 접어들었다”거나 “한류는 깊게 흐르는 강이 아니라 매우 얕은 흐름에 불과하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애써 한국문화를 폄훼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 9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일본 대중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듯이 한류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그들의 혹독한 진단은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일본 문화상품의 대체품으로 싸고 품질 좋은 우리 문화상품이 중국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의 지속 여부도 결코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라고 그들은 덧붙여 말했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은 한국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오는 2010년 이후에도 한류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중문화 상품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화돼야 한다”고 칭화대학 신문방송학과 판홍 교수는 주문했다.

한류 붐이 한풀 꺾였다는 진단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이어 ‘대장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류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은 여기저기서 나왔다. ‘천국의 계단’의 일본 내 방영을 주도했던 후지TV 다네다 요시히코 PD는 “한국 드라마가 순애보를 다룬 멜로에 한정된 게 아쉽다”면서 “제2, 제3의 한류 붐을 이끌어낼 만한 작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 콤팩트디스크(CD)·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대여업체인 쓰타야를 보유하고 있는 CCC의 김정두 부장도 “한류가 일시적인 한국 드라마 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배우의 이름에 기대지 않는 양질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최근 일본 수출용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한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조언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수입했던 NHK 오가와 준코 수석 PD도 “일부 반한류 기류가 감지되는게 사실이지만 이런 흐름이 드라마 편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가 한국 드라마를 수입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작품의 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한류의 지속화와 세계화는 가슴 뿌듯한 일이다.
국가 브랜드 파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류를 더욱 심화·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포스트 한류’의 새로운 코드를 찾아야 할 때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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