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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지금 규제로도 힘든데…”…서울 강남 ‘40년 연한’ 도입 소식에 거래끊겨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3 14:19

수정 2014.11.07 00:12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영하에 날씨만큼이나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이 굳어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8·31 후속대책’으로 재건축 연한을 2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40년으로 연장되면 재건축은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강동구 고덕주공과 둔촌주공아파트 등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단지도 마찬가지다.

김영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왔던 규제만으로도 재건축이 힘들었다. 그런데도 재건축을 또 다시 규제한다고 하니 마치 토끼도 없는 산에 사냥꾼만 풀어 놓은 것 같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울 강남지역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8·31 후속대책’도 단기 처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은 “강남 집값의 경우 기본적으로 공급 확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재건축도 정당한 공급 수단이기 때문에 합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단지는 굳이 막을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재건축시장 관망 속 거래 ‘뚝’

서울 강남 등 주요 재건축단지에 관망 분위기가 역력하다. 8·31 후속대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매도·매수세가 모두 잠복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거래도 뚝 끊겼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을 팔거나 살 사람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단지별로 한두개씩 나오던 매물도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쏙 들어갔다.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인근 센추리공인 관계자는 “간혹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거래가 됐는데 현재는 매물이 없다”면서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다가 현재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밀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재건축단지는 더욱 불안한 모습이다. 앞으로 안전진단 통과도 힘들겠지만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크게 늘리게 되면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34평형 매입을 고려했던 40대 주부는 “중1과 중3 자녀들 교육 때문에 송파구 가락동 쌍용2차 32평형을 전세주고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전 재산을 다 주고도 썩은 아파트에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공급 대책 없이는 ‘요요현상’만 되풀이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일시 집값 하락 후 재상승하는 ‘요요현상’만 되풀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청약제도가 가점제로 바뀌면 갈아타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서울 송파와 경기 판교신도시 입주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되기 때문에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값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언 유엔알 사장은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부지를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체 신도시와 재건축이 유일한 공급 루트”라며 “무리하게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재건축을 못하게 막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가격 일시 조정 불가피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구체적인 가격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계속됐던 강남 재건축단지의 고공 행진이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을 뿐이다.


하지만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다음주부터 ‘8·31 후속대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강도에 따라 수천만원 정도 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강남구 개포동의 신성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6단지 25평형이 6억원, 34평형이 9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면서 “8·31 후속대책이 확정되면 3000만∼4000만원 정도는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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