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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합리적 기계수출 통계 마련되길/박일한기자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3 14:19

수정 2014.11.07 00:12



최근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반기계 수출이 200억달러를 돌파하고 무역 흑자는 39억달러로 전년도 6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며칠 후 기계산업진흥회는 일반기계가 지난해에 처음 9억달러 흑자로 전환됐다고 발표했다. 2년 연속 흑자는커녕 전년인 지난 2004년에는 100만달러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확인해 보니 산자부의 일반기계 통계엔 반도체장비 일부 및 광학기기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산자부와 기산진의 통계기준이 달라서 생긴 현상이었다.

기계 관련 단체들의 통계 담당자들은 대부분 국내 공식 수출입 통계인 ‘한국무역통계(http://stat.kita.net)’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산업 규모를 파악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수치도 잘못된 게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벨트형 연속작동식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년 동안 3140만1000달러를 수입해 전년 2733만달러 보다 15% 증가했다. 하지만 대수는 2만60대를 수입해 전년 1532대보다 무려 1300% 이상 늘었다. 금액은 별 차가 없는데 대수로는 13배나 증가하려면 1년 사이에 수입 단가가 갑자기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야 한다. 뭔가 문제가 있는 수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무역통계에 사용되는 HS(Harmonized System)코드의 결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HS코드는 국제 표준 상품 분류체제로 수출입이 발생할 때 관세청 산하의 세관, 출장소 등이 이 기준에 따라 제품을 나눈다. 문제는 이 코드가 중고 제품과 신제품, 완성품과 부속품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부품이나 중고제품 수출입이 대거 발생했을 때 엉뚱한 통계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의 변화를 HS코드가 따라가지 못해서도 오류가 발생한다. 신제품이 분류에 없을 경우 임의로 엉뚱한 제품에 포함시켜 구분하므로 특정 산업의 수치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잘못된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산업 정책이나 잘못된 사업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마침 정부에서 통계 합리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정경제부는 오는 2007년 HS코드 개정을 목표로 올해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 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개정에는 산업 및 신제품 동향, 수요 조사 등을 제대로 실시해 합리적인 통계 기준이 마련됐으면 하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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