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당 ‘소수자 추가공제 폐지’ 제동 왜?]정부독주 막고 정국주도권 확보

전인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3 14:19

수정 2014.11.07 00:12



열린우리당이 3일 정부의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추진 방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제동을 건 것은 정치일정을 감안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의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지지표 이탈을 재촉할 수도 있는 소수공제 추가공제를 정부가 밀어붙일 경우 당운이 걸린 오는 5월 말 지방선거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제창 위원장은 이날 재경부와 당정협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5·31 지방선거 정치일정도 있는 만큼 당이 부담을 안 받는 쪽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치 일정도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한 섣부른 정책이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당의 이같은 모습은 새 원내지도부 구성과 2·18전당대회 예비선거를 마친데 이어 지방선거는 물론 내년의 대선까지 정국을 주도적으로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우리당은 김한길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연일 현안 정책협의 만큼은 당이 확실히 주도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보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당이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 것도 당정간에 전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방침이 나온 것을 지적한 것이다.

현행 226개 세금감면제도 가운데 올해 일몰시점이 돌아와 없어지는 게 55개나 되는 데 폐지 우선순위는 당정간 사전 논의를 거쳐 추진돼야 한다는 게 우리당의 생각이다. 정부가 단독으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용납 못한다는 얘기여서 재원마련을 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대신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감면 폐지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다”면서 “지출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특히 “저소득층, 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듯한 정책은 당·정·청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다른 관계자는 “비과세 감면이든 공제 폐지 추진이든 정부 일방의 정책 추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우리당은 사전 협의 미비를 들어 정부측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요청한 사법제도개혁안등 일부 법안들에 대해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강봉균 정책위의장도 최근 정부의 소득세감면 축소 방안과 비과세 금융상품 폐지 방안에 잇단 제동을 거는 등 정부 독주에 제동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당은 또 3일 열린 당·정·청 연구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당·청 소통 방안으로 청와대 내에 정무기능 부활을 요청했다. 청와대 측의 부정적 견해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정 부분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여당의 의지는 분명히 밝힌 셈이다.


우리당 관계자는 “당정협의에서 한두 번 이런 경험이 쌓이면 정부도 당에 주문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라며 “정부·청와대·야당만 있고 여당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당으로서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morning@fnnews.com 전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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