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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종로 귀금속상가]金값 급등 “돌반지도 반 돈쭝만”

이성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5 14:19

수정 2014.11.07 00:11



지난 4일 오후 금 도·소매상가 밀집지역인 서울 종로 3가 단성사 주변. 1주일 중 가장 바쁘다는 토요일이었지만 매서운 겨울바람 때문인지 상가의 모습은 황량하기만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예물을 구입하러 이곳 종로3가를 찾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는 엠지오 최규섭 사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간혹 상가를 찾아 금 시세를 물어보는 사람들은 한 돈쭝에 7만1300원이라는 종업원의 말에 “너무 비싸다”는 말을 남기며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이날 종로구 예지동 상가에는 돌반지나 예물을 사러 왔다가 가격만 묻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현재 한 돈쭝짜리 돌반지의 소매가는 7만1300원, 여기에 세공비까지 포함되면 7만5000원까지 웃돈다. 소비자들이 금을 갖다 팔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도 돈쭝당 6만7000원 선으로 많이 오른 상태.

지난 2003년 2월 돈쭝당 가격은 5만원선. 2004년 5만5000원, 2005년 5만9000원 불과 3년 만에 2만1300원이 오른 셈이다.
연일 이어지는 국제 금값의 급등으로 국내 금 도매가격 또한 연쇄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종로에서 3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골드임’ 임두선 사장은 “금값이 갑작스레 오르면서 가게에 들어오는 주문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소매 경기가 죽으며 여기 있는 가게들 모두 전업을 해야 할 판”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나마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금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보다는 금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귀금속 상가가 금을 파는 곳이 아닌 장롱 속의 금을 되사주는 시장으로 바뀐 것.

임사장은 “신학기가 가까워지면서 학자금 문제로 금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이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며 “오늘만 해도 벌써 100여돈쭝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금값이 폭등하면서 돌반지를 구입하려는 사람들 중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기고 있다고 임사장은 귀띔했다.

서울 흑석동에서 왔다는 윤종선씨는 “며칠 후면 친구의 자녀가 돌이라 반지를 사러 왔는데 이렇게까지 비싼 줄 몰랐다”며 “반 돈쭝을 할까 고민하다 현금 5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예 반 돈쭝을 구입해 가는 사람들도 생겨 날 정도다.

돌반지는 한 돈쭝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결혼 예물 또한 품목 수를 줄여 간소하게 하는 추세다.

오는 3월에 결혼 예정인 김병국씨(32·서울 목동)는 “얼마 전 결혼한 친구의 말을 듣고 예산을 짰는데 차가 많이 난다”며 “여자 친구와 상의해 몇가지 품목으로 집중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금값은 연일 상승하지만 상대적으로 다이아몬드 가격은 내려 다소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지동에 밀집해 있는 금도·소매상가들의 표정도 어두운 편이다.


엠지오 최사장은 “이곳 종로지역에서 영업중인 귀금속 가게만 2000여개로 이 중 1200여개가 소매일 정도로 업체들 사정은 빡빡하다”며 “더구나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금이나 보석장사를 하면 돈 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금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 들의 전언.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면 현상 유지가 힘들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국제시장에서 금값이 다소 주춤하며 4일 현재 온스당 567.10달러로 거래됐다.

/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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