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적대적 M&A 방어수단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5 14:19

수정 2014.11.07 00:11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6.59% 확보하면서 KT&G는 물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국내 기업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아이칸측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못박고 “스틸 파트너스의 요청에 따라 주총에서 스틸 파트너스측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성이 소버린에 의한 SK 사태에 이어 다시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아이칸은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 공개와 부동산 매각,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등 이미 구체적으로 KT&G 경영에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

재계는 오래 전부터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국내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실상을 아는 사람이라면 재계의 걱정을 ‘외자 공포증’으로 쉽게 외면할 수 없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은 국내 상장사 시가 총액의 42%를 넘는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헝가리-네덜란드-리투아니아-핀란드-멕시코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주요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2005년말 기준)을 보면 더 놀랍다. POSCO 67.8%, 삼성전자 53.8%, SK텔레콤 49%, 현대자동차 48.5%에 이르며 은행은 국민 85.4%, 하나금융 78.2%, 신한지주 57.1% 등이다.

사전적으로 외국 자본에 진입 장벽을 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그것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는 나라에서 자본의 국적을 따져 좋은 돈, 나쁜 돈을 가려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문을 열어놓되 국내 기업들이 악질적인 돈을 물리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은 당국이 해야 할 몫이다. 독약처방(Poison Pill)·차등의결권·황금주 제도 등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불행히도 정부와 여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한도 초과분을 강제 매각토록 규정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내 자본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외국자본에 적대적 M&A를 허용한다면 국내 기업에도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게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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