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면 노인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사람들이 몸이 안 좋아진 부모님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기 때문이다.
이 중 흔히 발견되는 게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이다. 이 질환은 뼈마디가 앞쪽(배쪽)으로 미끄러져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저절로 배를 내밀게 되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기 때문에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을 걷게 된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한 질환들이 몸을 괴롭히기 마련이다.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도 그 중 하나다. 이 질환은 주로 40대 이후부터 발생하게 된다. 노화와 관련된 질환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증가세도 뚜렷하다.
시너지병원 김원중 원장은 “퇴행성 척구 전방 전위증은 척추를 받치고 있는 관절이나 근육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당뇨 환자 등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회적 질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은 눈으로 봐도 증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배가 쑥 나와 보이고 어깨는 과도하게 뒤로 젖혀진 자세가 대표적이다. 말의 등이나 오리가 걷는 듯한 모양을 떠올릴 수 있다.
인체가 느끼는 증상은 척추 마디의 밀림이 어디서 나타나는지에 따라 다르다. 보통은 4번째와 5번째 척추 뼈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4번째 뼈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허벅지부터 종아리의 앞쪽이 당기고 저리면서 무릎도 아프고 불편한 증세가 나타난다.
5번째 허리뼈에 이상이 생긴면 주로 다리 아래쪽, 즉 종아리와 발등, 엄지발가락에 힘이 없어지면서 당기고 아프고, 다리의 앞쪽보다는 뒤쪽이 불편하다.이런 통증은 운동 후 특히 심해지며, 뼈 밀림도 자체도 운동을 많이 할수록 심해진다.
이 질환은 여성 노인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그 원인을 폐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척추관절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존재해 이것이 척추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는데, 폐경과 함께 이것이 사라져 여성의 척추관절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또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에도 이 질환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굴삭기 작업과 같은 진동을 주는 작업이나 반복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는 작업, 장시간 허리를 사용하면 척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X레이 검사로도 발견 가능
이 질환은 통증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김용철(70?수원시 인계동)씨는 평소 이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교통사고가 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사고로 인해 X레이 검사 후 비로소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뼈가 밀린 것을 알았다. 김씨는 허리가 간간이 아팠지만 일상생활에 무리를 줄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질환은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면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X레이 검사만으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허리에 통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질환은 척추관 협착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MRI 검사로 척추관 협착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뼈 내를 관통하는 신경다발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질환인데, 이 역시 척추의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좁아진 척추관이 신경을 옥죄어 터질듯한 다리 통증이 나타난다. 쉴 때 보다 걸어다닐 때 특히 심하다. 오리 걸음으로 걸으면서 통증 때문에 길가에 자주 쪼그려 않는 모습이 관찰될 때 두 질환이 함께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
■평소 허리근력을 강화하자
마디마디로 이뤄져 움직이는 척추는 블록을 위로 쌓아올린 모양이다. 이를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관절과 근육이다.
하지만 노화과정이 겪으면서 관절과 근육도 약해지면 평소의 움직임에도 관절과 근육이 척추를 받쳐주지 못해 밀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척추를 보호하려면 평소에 허리근력을 강화해야 한다. 허리 근육 강화 운동에는 허리 근육 강화 체조, 수영, 등산, 걷기 등이 있다.
평상시에 허리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해도 좋다. 척추 뼈가 더 밀리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미 척추 전방 전위증으로 진단 받은 사람이라면 운동 종목이나 방법을 선택할 때 운동 처방이 가능한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다.
나누리병원 임재현 부원장은 “자신의 상태와 잘 맞지 않는 운동은 되레 이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 경우 운동과 함께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행성 척추 전방 전위증의 치료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운동치료, 보조기 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에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가지를 차단해 통증 유발을 막는 신경가지 치료술, 혹은 척추뼈를 잡아주는 인대를 강화시키는 증식 요법 주사 등의 간단한 치료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는 척추 마디 사이에 케이지라고 하는 금속을 삽입해 밀리는 척추 뼈를 바로잡는 ‘척추 내 고정술’을 받는다. 밀리는 척추뼈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일찍 수술을 받으면 시간이 흘러 고정된 척추뼈 외 다른 뼈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수술을 절대 서두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사진설명=퇴행성척추전방전위증 환자가 통증을 참지 못해 허리에 손을 얹고 약간 앞으로 구부린 모양으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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