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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은 내 작품의 힘” …‘눈물의 역사’ 안무가 얀 파브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7 14:20

수정 2014.11.07 00:09



“나의 작품에서 노출은 중요하다. ‘눈물의 역사’라는 제목을 가진 이번 작품에서는 눈물의 다른 형태인 땀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그려지는데 옷을 입힌 상태에서는 이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취약한 인간의 몸을 드러내기 위해서도 노출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소개됐던 무용극 ‘눈물의 역사’ 한국공연(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앞두고 있는 안무가 얀 파브르(48·사진)는 극 중반 약 15분간 지속되는 남녀 무용수들의 알몸 공연이 예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했다. 무용수들이 신체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오줌을 누는 행위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불쾌해 할 수도 있지만 그들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벨기에 브뤼셀 대광장에 가면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있는데 그 이미지는 자못 시적이다.

한국 관객들도 피와 눈물과 오줌과 땀의 진정성을 인식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몸이 원초적으로 배출하는 3가지 체액(눈물, 땀, 오줌)을 통해 절망적인 인간의 역사를 탐구하는 ‘눈물의 역사’는 지난해 초연 때도 유럽 예술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작품이다. 90년대 중반 ‘달콤한 유혹’ ‘세계적인 저작권’ ‘불타는 아이콘’ 등 신체 3부작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얀 파브르는 2000년대 들어 ‘나는 피다’ ‘울고 있는 육체’ 등 이른바 체액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을 연속적으로 무대에 올렸고 이번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눈물의 역사’는 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춤이 중요한 표현의 도구로 등장하지만 대사가 있고 다분히 연극적인 ‘눈물의 역사’에는 절망의 기사와 바위, 그리고 개가 등장한다. 얀 파브르의 설명에 따르면 절망의 기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상징하는 바위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또 대낮에 등불을 밝혀들고 무엇인가를 찾아헤매는 개는 권력을 냉소했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상징한다. 얀 파브르는 “우리는 우리의 축축한 본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서 “그것은 자연적인 본성이 소외되는 시대, 즉 메마름의 시대에 다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물(체액)의 상실과 자연적인 육체에 가해지는 검열을 우의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눈물의 역사’에는 사다리, 유리 등 상징적인 오브제가 많이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고통스럽게 유리병을 끌어안거나 팔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높은 사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른다.
마치 행렬을 이루는 듯한 이들의 순례는 인간이 지나온 절망과 고통의 궤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안무가 외에도 화가, 희곡작가, 무대연출가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얀 파브르가 전설적인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는 “할아버지가 곤충을 관찰했듯이 나는 인간을 관찰한다”면서 “곤충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들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만∼8만원. (02)580-1300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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