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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 아줌마 여대생 됐어요”…애국지사 이병돈씨 딸 50대 홍숙씨 충청대 입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7 14:20

수정 2014.11.07 00:09



공부에 대한 열망 하나로 악착같이 고교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된 50대 만학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10일 졸업식을 갖는 충북 청주의 충북인터넷고 3학년 이홍숙씨(52·여·사진).

이 학교 야간 산업체특별학급(인터넷과)에서 공부한 이씨는 도내 고교 중에서는 최고령 졸업생.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몇차례 결석한 데 이어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디스크 등 지병으로 1년을 휴학하기도 했으나 중도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마쳐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됐다.

또 충청대 사회복지학과 입학이 결정돼 대학생으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씨는 주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91세로 작고한 애국지사 이병돈 선생의 딸이다.

선생은 1942년 2월 광복군 제2지대에 입대해 훈련을 받았고 이듬해엔 중국 전시간부훈련단에 파견돼 교육을 받는 등 활동을 펼쳤으며 생전에 이 지역에서는 ‘마지막 광복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선생은 8남매를 두었는데 맏이가 바로 홍숙씨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다보니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고 이때부터 배움에 대한 갈증이 쌓여갔다.

남편(홍현학·53)을 만나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지난 2001년 고입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 5개월 만에 합격한 뒤 2002년 꿈에 그리던 학교에 들어갔다.

딸같은 반 친구들로터 ‘아줌마’로 불렸던 이씨는 수업이 힘들었지만 소원을 풀었다는 것 자체로 위안을 삼았다고 한다.


‘어린 친구’들은 모두 교복을 입었지만 자신은 학교측의 배려로 몇번 입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는 교정을 밟아 맺힌 한을 풀었지만 혼자 저녁밥을 먹으면서 후원해준 남편에게는 너무 미안했고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막내동생 은미씨(32·여)도 올해 경북에서 임용고시에 합격해 짐을 덜었다는 이씨는 “아버지의 정신을 잇기 위해 대학 학과도 사회복지 쪽을 선택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노인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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