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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엄홍길 ‘만학의 산’ 정복…외대 중국어과 졸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8 14:20

수정 2014.11.07 00:08



“많은 과제를 내줘서 공부하게 만들어 준 교수님과 새벽까지 중국어를 가르쳐 준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24일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는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씨(46·사진)는 8일 졸업을 앞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욕심만 앞세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졸업하게 돼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계 최초로 해발 8000m급 히말라야 봉우리 15개를 등정한 엄씨는 1979년 고교 졸업후 2002년에야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1991년부터 히말라야를 등정하기 위해 수차례 중국에 들어갔는데 의사전달의 한계를 느껴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엄씨는 만학(晩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쨌든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하니깐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중국어를 공부하게 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악등정 일정 때문에 학기 중 수업에 제대로 참석할 수 없었지만 엄씨는 틈틈이 과제를 대신 제출하고 중앙도서관을 드나들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입학한 지 4년 만에 학점 4.0에 육박하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됐다.


엄씨는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한 교수님이 많은 과제를 내줘 나이어린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벽까지 공부를 마치곤 했다”며 “공부를 마치고 밖에서 기다리던 교수님과 소주를 나눠 마셨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엄씨는 오는 3월15일 또 다른 8000m급 봉우리 등정에 나선다.
이번이 16번째 등정이다.

에베레스트 동쪽 끝자락에 있는 로체샬 8400m 봉우리를 등정하는 두달 정도의 일정을 계획, 대원들과 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졸업후 외대 대학원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하는 엄씨는 “산에서 배운 경험들과 등반을 통한 도전정신, 모험정신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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