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코리아 글로벌 산업벨트를 가다]‘신뢰와 보상’으로 현지노조와 틈 없앤다

유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9 14:20

수정 2014.11.07 00:07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선진 노사 정책을 펼칠 때 현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LG전자 폴란드 법인 노석호 법인장의 말이다. 노법인장은 근로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때 노사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처럼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 근로자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친화정책으로 노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지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근로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노사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만 봐도 이같은 선진 노사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해외에 진출할때 무엇보다 고려하는 점이 바로 노사 문제이다. 강경 노조는 정상적인 생산활동과 경영활동에 있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기업들은 해외 진출시 노조 문제에 가장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산업 벨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선진 노사 정책으로 현지 근로자들과 상생하는 관계를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조언이다.

◇노사분규 가능성 커지는 중국=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 세제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핵심기술 이전 등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사업외적인 문제에서 신경쓸 것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저임금과 함께 중국 진출의 가장 큰 이유였던 ‘무(無) 노사분규’가 최근 환경변화로 더이상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기업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노사가 함께 어울리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노심(勞心)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현지에 11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LG화학은 고임금 정책과 다양한 노사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주변 여타 업체에 비해 비교적 높은 임금을 제시해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이탈을 막고, 노사가 함께 땀을 흘리며 신뢰와 조직화합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폴리 염화비닐(PVC) 생산법인인 LG다구의 경우 ‘직원 가정일’ ‘LG다구 가을운동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단합을 위해 팀별로 야유회를 실시하고 있다. 또 배구와 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으로 임직원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SK 중국법인들은 동호회를 활성화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이나 여가활동을 통해 끈끈한 정을 쌓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룹차원에서는 중국 신입사원을 국내로 초청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입사한 중국인 신입사원 20명을 초청해 SK의 경영이념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LS산업단지를 형성하며 우시에 터전을 잡은 LS전선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장가동에 들어가는만큼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상하이에서 발생한 노동쟁의 건수는 2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노동쟁의 발생건수에 비해서는 2배, 10년전인 지난 1995년 발생건수에 비해서는 8배나 늘어난 규모다.

◇동유럽 노조 문제는 없다=삼성SDI 헝가리 생산 법인은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1대1 대화를 자주 갖는다. 평소 대화를 많이 가진 터라 노사간의 갈등은 찾을 수 없다. 이 공장은 현지 채용 근로자들과 한국 근로자들을 동등한 수준으로 대한다. 이 공장에는 한국식당과 현지 식당 등 2곳을 운영하는데 근로자들이 이 식당에서 하루 세끼 대부분을 해결한다.

또 사회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현지 근로자들의 의식수준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한국식 책임의식과 함께 근로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LG전자 폴란드 생산법인은 노사관계가 돈독해 지면서 현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장이 위치한 인구 3만명의 므와바시를 LG타운으로 명명할 정도로 시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현지인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유대활동으로 노사관계를 원만히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시장 상황에 맞게 생산시스템에 변화를 줄 때 빨리 대처할 수 있다. 근로자들이 회사의 방침을 따라주지 않을 경우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LG전자는 이같은 탄탄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최근 저가 브라운관 TV 생산은 대폭 줄이고 고가 PDP, LCD TV 생산판매에 집중하는 등 겨울 성수기, 2006년 베를린 월드컵 특수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노법인장은 “평소 근로자들과 관계가 원만해 생산이 2배이상 늘어나 야근이나 특근 등이 필요할때 반발이 없이 잘 따라준다”고 말했다.


이같은 회사 경영진들과 근로자들간의 긴밀한 관계덕에 폴란드에 진출한 기업들의 생산 비용은 유럽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폴란드의 생산비용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24%에서 30% 낮고 특히 독일에서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이 폴란드로의 이전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의 경우 임금수준이 비슷한 만큼 슬로바키아에 진출한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우리 기업들도 이같은 생산비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yih@fnnews.com 유인호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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