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삼성의 앞날 지켜보자/김성기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변호사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09 14:20

수정 2014.11.07 00:06



삼성 이건희 회장의 귀국 직후 삼성그룹은 회장 일가의 8000억원 사회공헌기금의 출연, 그리고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내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의 발표는 국민의 상당한 관심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 전 일간지가 빠짐없이 이 문제를 사설로 다루고 있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그 발표의 의미와 파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면 삼성의 조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삼성측이 국민 여론의 압박에 밀려 무조건 항복의 백기를 든 것이라고 폄훼해서도 안 되고 현재의 궁지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본다. 발표 그대로를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삼성이 밝힌 사회공헌 기금 출연의 의도와 내부 개혁의 의지를 액면 그대로 믿어 보자는 뜻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삼성이 앞으로 취할 태도를 지켜보는 일이다. 과연 삼성이 내부의 개혁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발전의 열매를 얼마만큼, 어떤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가를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주시는 삼성에 대한 국민의 감시라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한가지는 국민은 삼성에 무엇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서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국민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격려가 있어야만 삼성은 치열한 국제 경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삼성뿐이겠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기업도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기업들에 용기를 주어 그들이 국민 경제의 한 부분을 굳게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삼성은 그 동안 자신을 비판한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그 비판 세력에 경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자문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것은 기업과 사회의 대화 나아가 기업 경영 투명성의 확보로 한 걸음 크게 내딛는 일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삼성의 앞날을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삼성의 이번 조치가 국민 여론의 압력을 일시 모면하기 위해 꾀를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곧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결국은 국민 감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업은 제품의 생산과 판매, 서비스의 제공 등을 통해 결국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기업은 이윤 즉 영리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은 종교단체가 아니고 자선단체도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도 결국 이윤을 전제로 한 것이다. 먼저 이윤을 만들어 낸 다음 그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왜 일부인가. 투자자에게 배당을 해야 하고 또 재투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때때로 기업이 종교단체이거나 자선단체인 것처럼 착각하는 일은 없는지 그리고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이윤 창출의 환경 조성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한번 더 생각해 봄직하다.


삼성 또한 자신들을 비판하고 채찍을 든 사람들도 기업을 아끼고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임을 명심하고 기업의 정도(正道)를 걸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