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방송 이야기]오래될수록 좋은 TV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0 14:20

수정 2014.11.07 00:06



오래될수록 좋은 것은 친구, 포도주, 그리고 TV다. 오래된 TV속에는 지나간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 추억을 하나씩 꺼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40분, KBS 1TV ‘오래된 TV’는 시청자들에게 추억여행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한국전쟁 후 경제의 융성기를 거쳐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던 70∼80년대.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각종 문화의 뿌리가 된 그 당시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회고해 봄으로써 지난 시간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였던 남진과 터프한 매력의 나훈아가 펼쳤던 불꽃 튀는 대결은 다시 봐도 즐겁다. 신세대 인기가수인 이효리, 비의 팬클럽 못지않은 열성을 지녔던 구세대의 열성팬들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남진과 나훈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내고 있다.


세월속에서 나잇살이 찐 두 가수이지만, 그들도 20대에는 늘씬한 몸매에 그 누구도 부러워할만한 외모를 지닌 ‘당대 최고의 오빠’였다.

‘담배는 청자, 가수는 추자’라고 불리웠던 인기 여가수 김추자.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얌전히 노래를 부르던 시절, 화려한 사이키 조명아래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등장한 그녀는 유신정권으로 암울했던 70년대에 탈출구를 찾지 못한 젊음이들에겐 해방의 화신과 같았다.

속 시원히 불러 재끼는 소울 창법의 노래와 무대를 압도하던 육감적인 그녀의 몸짓. 그러나 한 때 그녀의 몸짓은 ‘빨갱이 북한’ 이 남파한 간첩들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 전문 채널에서도 10여년전의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채시라?최재성?박상원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MBC 드라마넷), 여름 납량특집극의 대명사인 ‘전설의 고향’(KBS 스카이드라마), 조선의 건국 과정과 태종 이방원의 일대기를 새롭게 재조명한 역사극 ‘용의 눈물’(KBS KOREA)은 다시 봐도 그 감동이 여전하다.

외화도 그렇다.
영리하고 창조적이며 비폭력적인 성격의 맥가이버가 주변의 도구를 이용해서 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맥가이버’(CNTV)는 다소 촌스런 설정이지만 아직도 재미있다. 어디 그뿐인가. 극장에 가면 영화를 보기 전에 꼭 보아야 하는 대한늬우스. 전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는 대한뉴스는 방송매체의 보급으로 1994년 그 막을 내렸지만 우리는 아직도 ‘다시 보는 대한 뉴스’(KTV)를 통해 그 시절을 만나보고 있다.
오래될수록 좋은 TV, 아무리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고 해도 안방극장은 영원할 것이다.

기고=공희정 스카이라이프 커뮤니케이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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