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산업자본 분리]찬성-정치권 “私금고화 차단 효과”

안만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0 14:20

수정 2014.11.07 00:05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민주노동당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9일 금·산 분리 원칙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우리당은 “금·산 분리 원칙은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지키는 척도”라며 현행 제도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활한 자본흐름

우리당은 금·산 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본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꼽고 있다. 산업자본 규모가 금융자본보다 훨씬 큰 우리나라에서 금·산 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본 흐름의 왜곡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게 되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융기관의 순기능인 자본의 원활한 흐름보다는 산업자본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게 돼 자본의 중개기능이 약화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의 자금창구이자 자금세탁 기능의 창구 역할을 하게 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거대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들어오면 경쟁이 가뜩이나 치열한 국내 금융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IMF 이후 외국 자본이 들어와 순기능을 한 측면도 있지만 선진기법을 전수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현재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정치논리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건전화의 전제조건

지난 98년 외환위기는 은행들이 기업들에 무분별한 대출을 해준 데서 촉발된 만큼 금·산 분리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우리당의 방침이다. 특히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건전도를 위해서도 금·산 분리 원칙은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당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경영형태나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국내 금융자본은 규모나 경쟁력이 취약한 만큼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은 또 금·산 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내외 투기자본에 국내 기업들이 희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금·산 분리 원칙이 있는데도 국내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원칙마저 포기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현재로서는 금·산 분리 원칙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할 수 있도록 ‘냉각기간’ 제도를 도입하거나 국민연금 주식투자 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보완장치를 이미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재벌 본질은 변한 것 없어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등에서 보듯이 국내 재벌들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는 판단도 우리당이 금·산 분리 원칙을 고수하는 배경이다.

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를 보면 이 제도는 기업 퇴출과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지난 97년 폐지되었던 것인데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이 한건도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들의 계열사에 대한 내부지분율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남에 따라 다시 부활했다”며 따라서 금·산 분리 원칙이 유효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변했다고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여러 재벌개혁 조치가 추진된 결과이지 재벌의 본질이 바뀐 게 아니므로 제도를 완화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우리당 박영선 의원도 “금·산 분리 원칙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우리 기업이 건강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든 시금석이 됐다”면서 “금·산 분리 원칙을 엄격히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도 “금·산 분리 원칙이 해소되면 금융기관들이 재벌들의 사금고화된다”며 원칙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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