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중계권’ 논의 수년째 표류…KBS 메이저리그등 중계권 매입 파장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2 14:20

수정 2014.11.07 00:04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스포츠경기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채널 독점을 막기 위한 ‘방송의 보편적 접근권’ 개념 정립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행사를 통한 스포츠 중계권의 재판매와 관련한 성숙된 문화 정착도 요구된다.

최근 KBS가 경쟁 방송사와 과도한 눈치경쟁을 통해 한 스포츠중계권 판매업체에서 국민 관심사가 높은 각종 경기중계권을 따내자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KBS는 국내 최대 스포츠중계권 마케팅업체인 IB스포츠로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와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올림픽?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의 중계권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경쟁 방송사들은 KBS가 자신들과의 신사협정을 깨고 IB스포츠와 이번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IB스포츠는 지난해 기존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으로 월드컵·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전 등 각종 스포츠 중계권 등을 독점계약해 국내 방송업계에 콘텐츠 확보 전쟁을 불러일으킨 업체.

이 때문에 국내 방송사들은 IB스포츠가 보유한 방송 콘텐츠를 두고서 과당경쟁을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던 것. 그런데 KBS가 협정을 깨고 IB스포츠로부터 메이저리그 등 각종 경기 중계권을 따내자 경쟁 방송사들은 IB스포츠와 KBS에 대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KBS는 일단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경기를 방영할 의무가 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확보한 중계권은 다른 방송사들에 적절한 방식으로 재분배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불씨 진화에 나섰다.

KBS 스포츠기획사업팀 박현정 팀장은 “스포츠 종목별로 입장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방송 3사 국장들이 만나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타 방송사로 KBS가 획득한 중계권의 적절한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중계 ‘보편적 접근권’ 개념 모호

스포츠경기 중계를 위해서 공영방송까지 대행사에 크게 의존하는 일이 늘어나자 방송업계에서는 국민적인 관심이 큰 스포츠경기 등의 중계권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또 방송위원회의 관련 규정도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적인 관심이 큰 스포츠 경기에 대한 방송중계권 독점을 막는 논의는 지난해 IB스포츠가 각종 스포츠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싹쓸이하면서 뜨거워졌다. 당시 IB스포츠와 같은 대형 스포츠중계권 판매 대행업체의 등장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스포츠경기에 한해서는 ‘보편적 접근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규정의 도출이 이뤄지진 못했다.

스포츠경기 TV중계권과 관련한 보편적 접근성을 규정하기 위해선 우선 해당 스포츠경기의 중요성과 중계 방송사의 방송권역 규모 등을 따져야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하나의 예로 메이저리그 경기의 경우 유명 한국선수들이 뛰고 있어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업성이 짙은 미국의 프로야구에 불과해 보편적 접근권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KBS가 이번에 IB스포츠로부터 AFC 경기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경기 중계권까지 획득한 것에 대해 적잖은 비난이 일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를 위해서 방송사간 과당경쟁을 부추길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스포츠중계 에이전시 문화 정착 필요

방송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두고서 방송의 ‘보편적 접근성’에 대한 논의에 앞서 올바른 ‘TV중계권 에이전시(대행사)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위 매체정책국은 “에이전시를 통한 중계권 분배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앞으론 건전한 스포츠중계권 거래가 에이전시를 통해서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에이전시를 통한 스포츠 중계권 배분이 더욱 활성화돼 있는 일본의 경우 큰 무리없이 모든 방송사들에 중계권이 골고루 나눠지고 있어 좋은 사례가 된다”고 방송위는 설명했다.
일본에선 국가 대항 스포츠경기의 경우 일단 1개 방송사가 에이전시로부터 중계권을 따면 다른 방송사들에 중계권을 다시 나눠주는 것이 원만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방송위는 자율적인 입찰에 의하지 않고 방송사간의 담합을 유도하는 식의 정책은 자칫 통상마찰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위는 아울러 스포츠경기 TV중계권 판매대행사의 경우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정책으로 독점을 제한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KBS가 미국 프로야구 경기와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축구경기 중계권을 한 대행사로부터 사들인 데 대한 경쟁방송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KBS가 중계권을 획득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희섭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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