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삼성의 ‘8000억 원 사회환원’의 의미/박동운 단국대 교수·경제학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2 14:20

수정 2014.11.07 00:04



필자는 대학에서 시장경제를 강의한다. 이 강의는 자유기업원의 지원으로 첫 강의와 끝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똑같은 설문지를 준다. 그 중 한 문항은 “한국경제 성장에 대기업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는가”이다. 학생들의 응답은 첫 강의에서는 약 75%가 부정적이지만 끝 강의에서는 정반대로 약 75%가 긍정적이다. 이 결과는 학기마다 되풀이된다.

지난 7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 등 여러 가지를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사회기금 8000억원(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이건희 회장 일가 2400억원, 계열사 2100억원을 합한 것), 이 회장 일가 3500억원 추가 출연) 사회환원,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취하,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처분취소소송 취하, 구조본부 축소 운영과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금융계열사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 중소기업 지원 확대,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사회복지 확대 등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한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몇 가지만 보자. 삼성그룹은 2005년 한국 수출 2846억달러 중 약 20%를 기여했고 삼성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한 반도체 수출은 약 300억달러로 총 수출의 10.5%를 기여했고, LG 등을 포함하여 삼성전자의 휴대폰 수출은 약 190억달러로 총 수출의 6.6%를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메모리 부문에서 부동의 세계 1위, 휴대폰에서 세계 3위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 동안 소니 등 일본의 세계적인 5대 전자업체의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005년 브랜드 가치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소니를 앞섰고,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39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모름지기 한국 1등기업이요,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탈리아어로 ‘페카토 무르탈레’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용서 받지 못할 죄’를 뜻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용서 받지 못할 죄로서 기업인이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를 꼽는다. 기업인이 이익을 남기지 못하여 세금을 내지 못하고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못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지 못하면 그것은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 용서받지 못할 죄가 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엄청난 이익을 낸 한국 1등 기업인데도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명분 앞에 사회 일각에서 그동안 ‘페카토 무르탈레’ 대접을 받아 왔지 않나 생각된다. 삼성 스스로가 이를 밝혔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성명 발표에서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이 지적해 왔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와 같은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밝힌 것이다.

흘러간 유행가 같은 얘기지만 지금은 무한경쟁 시대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한국기업을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1인당 소득 2만달러, 나아가 3만달러 시대까지도 열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경제는 후손들을 위해 높고 높은 한국경제의 위상을 물려줄 수 있다.


삼성의 ‘8000억원 사회환원’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이는 한국기업에 낙인 찍혀 온 ‘반기업 정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100%가 삼성, 나아가 한국 대기업의 기여를 이제부터는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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