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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강남 재건축 단지를 가다]“실망매물 없죠” 식지않는 기대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2 14:20

수정 2014.11.07 00:04



“실망매물요? 그런 거 없습니다. 언제 사면 되느냐는 전화만 쏟아지는 걸요.”(서울 잠실5단지 인근 H공인중개사)

정부의 재건축 추가규제 방안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12일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시장에는 여전히 기대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강동구 고덕주공 및 둔촌주공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실망매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호가도 변동이 없다.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 하락은커녕 매수세가 꾸준한 상황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재건축 추가대책이 기대수준 이하일 경우 언제든지 다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추가규제 추진 불구 ‘실망매물’ 없다

용적률 상향 조정과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 추진 등의 기대감으로 연초부터 강남 집값을 들썩였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달 들어 호가가 조금씩 빠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 중개업소에는 ‘급매’ 딱지를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4∼5건 수준에 그쳐 매물을 찾는 사람이 상황에서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대치동 명지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재건축 추가규제안이 발표된 지난 2일 이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정도 빠진 매물이 한두건 나오긴 했지만 4000가구가 넘는 단지에서 한두건은 그다지 큰 변화라 볼 수 없다”며 “여전히 가격이 높다 보니 ‘내린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 소문과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인 송파구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도 여전히 ‘여유’가 엿보인다.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규제 검토로 전반적인 호가 상승세는 멈췄지만 ‘실망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잠실주공5단지는 이달들어 매물은 10여건 정도 늘어났고 가격 역시 평균 1000만∼2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께 한달 사이 1억원 가까이 상승했던 분위기와 4000가구에 달하는 단지 수에 비하면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코아셋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방문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잠실주공 5단지가 지난 80년대 이후 건축한 은마, 가락시영과는 달리 70년대에 건축됐기 때문에 40년 연한에 끼워맞출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며 “혹시 뒤통수를 맞는다 해도 10년 동안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지금 사자’ 발걸음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등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은 꿈쩍하지 않은 채 오히려 가격이 내릴 것을 기대한 매수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지자체 선거와 경기 성남 판교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시장이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잠실5단지 중앙상가에 위치한 중개업소 곳곳에서는 매수문의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잠실동 국민공인 김병의 대표는 “오늘 오전에만 2∼3명의 손님들이 싸게 나온 물량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고 갔다”며 “대부분의 손님들이 ‘정부 정책이 믿을 가치가 있느냐’며 콧방귀를 뀌고 간다”고 말했다.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고덕동 주공 1·2단지를 비롯해 상일동 주공 3·4단지, 서초동 우성아파트 1차 등의 단지에는 올해 초 오른 가격에서 호가 하락이 없는 상황에서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을 정도다.

우성아파트 1차 인근 우성랜드공인 황태로 사장은 “지난달 1억5000만∼2억원까지 오른 가격이 이달들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매물이 나오는 대로 소화되고 있다”며 “워낙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7∼8건 이상 매수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고덕주공 1단지 인근 상가에서 만난 입주민 권모씨(45)는 “재건축 관련 규제가 검토될 때마다 늘 주기적으로 호가는 약간씩 빠졌지만 결국 한달을 못버티더라”며 “오히려 정부가 청약제도를 개편해 통장 소지자가 청약이 어려워지면 기존 주택값이 다시 오르는게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결국 정부의 재건축 추가규제 수위가 시장에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자체 선거 등 정치적인 환경변수가 민심을 자극시킬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강남 재건축시장의 폭발력은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잠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사진설명=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부동산 추가대책 발표가 이달 말로 예정됐지만 서울 강남권 주요 건축단지의 '실망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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