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상장사 6.7%가 외자 위협 노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3 14:20

수정 2014.11.07 00:03



경영권 위협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수치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외국인이 지분을 5% 넘게 가진 상장사는 450개며 이 가운데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상장사가 109개사에 이른다. 상장법인(1633개) 4개사 중 1개사가 외국인 지분이 5% 이상이며 6.7%인 109개사가 경영권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지분은 이번주부터 열리는 주총 시즌에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는 3월말에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를 받고 있는 KT&G의 주총이 잡혀 있다.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로 꼽히던 KT&G가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소유분산이 곧 좋은 지배구조라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무리한 순환출자가 지탄을 받던 외환위기 직후에는 이같은 논리에 설득력이 있었다. 정부는 몇몇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보란듯이 지분을 잘게 쪼갰다. 그 결과 주인을 잃은 KT&G는 지금 기업사냥꾼의 만만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번 기회에 소유분산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KT&G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자본에 활짝 문을 열었다. 그 틈을 소버린과 같은 투기자본이 헤집고 들어왔고 이제 기업사냥꾼마저 기웃거리고 있다. 지금 많은 상장사들은 본업을 등한히 한 채 경영권 지키는 일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지배구조가 최선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체제 가운데 딱 부러지게 어느 것이 낫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물론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나 독단적인 오너체제 굳히기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장기 비전 능력을 갖춘 오너가 과감한 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전통적인 한국식 지배구조를 무조건 악으로 보는 시각은 달라져야 한다.

한마디로 실적이 뛰어난 회사가 좋은 회사다.
지배구조는 부차적인 문제다. 돈도 못 벌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시장이 ‘응징’할 것이다.
행여 재벌이 밉다고 외부의 적대적 세력이 경영권을 뒤흔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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