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무협회장 선출,외풍에 흔들/유인호기자

유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4 14:20

수정 2014.11.07 00:02



“16년여 만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냐.”

한국무역협회가 오는 22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앞둔 가운데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추대설이 나돈 14일 무역협회 직원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동안 ‘차기 회장은 회장단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힌 김재철 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협회 안팎에서는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인사 영입론이 끊이질 않았었다.

이날 하루 협회 직원들은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협회 관계자는 “관료 출신 회장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 출신으로 바뀐지 16년여 만에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협회 안팎에서도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 자리에 정치권, 관료 출신이 선임되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무역업체 등의 회원사 의견을 청취하고 대변할 회장에 퇴직관료 출신을 정권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무역업체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전 장관이 능력면에서 무역협회 회장을 맡지 못할 정도로 부적격자는 아니다. 하지만 적임자도 아니라는 것이 협회 안팎의 시각이다.

회장단내에 회장을 맡을 만한 관록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인사들이 있는 데다 외부인사를 영입할 만큼 협회가 무능력한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해 말 박용성 전 회장이 집안 문제로 물러나자 외부 인사 영입론이 부각됐지만 회장단 내부에서 결국 결정됐다. 이후 상의는 안정을 되찾았고 제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가 무역협회 회장에 오르는 것 못지 않게 어떤 과정을 거쳐 회장을 추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정치적 입김, 권력의 압력은 무역대국 협회 회장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협회 직원들이 정치적인 논리에 의한 무역협회장 선출을 우려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 yih@fnnews.com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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