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재산보호 법적장치 유명무실…SBS ‘그것이 알고싶다’ 피해사례 분석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5 14:21

수정 2014.11.07 00:02



강영찬씨(가명)와 형제들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되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강씨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6억원대의 땅을 물려주는 대신 장학사업에 쓸 것을 바랬고, 자식들은 그 뜻을 따르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1년이 되도록 부친이 남긴 땅과 관련해 아무런 세금이 나오지 않자, 경위를 알아보던 강영찬씨는 면사무소에서 기가 막힌 얘기를 듣는다. 아버지의 땅이 이미 형수 앞으로 넘어갔다는 것. 치매를 앓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바로 한 달 전, 잠시 아버지를 모신 형수에게 모든 땅을 이전해 버린 것이었다.

장학사업을 원했던 아버지의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재산을 되찾으려 하고 있는 강영찬씨는 형수가 의사능력이 떨어지는 치매상태의 아버지를 끌고 가 재산을 빼돌렸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서류상 문제가 없고 당시 아버지가 치매 상태였음을 입증하기가 힘든 상태다.


몇년 전 부산 지역에선 노인성 치매를 앓던 80대 고모 2명을 조카부부가 강제로 노인병원에 입원시키고 예금을 가로 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치매에 걸린 두 노인이 의사능력을 상실했던 점을 악용해 동의 없이 병원에 입원시킨 후, 고모가 예금한 4억여 원의 돈을 인출해 자신들의 빚을 갚으려 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치매 노인의 재산권 보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는 ‘내 재산 누가 지켜 주나요’편을 오는 18일 오후 10시55분에 방영한다.

전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재산피해는 3분의 2이상이 가족 등 아는 사람의 소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매노인들의 경우 판단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전 인구의 7%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치매환자 발병률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하지만 치매노인의 재산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장치 역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번 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치매노인의 재산을 노린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보고, 성년 후견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자기 의사능력을 상실한 치매노인들을 위해 그들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치매는 일종의 노인성 정신장애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문제이기에, 유사한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 노인성 치매에 걸리기 전에 해두어야 할 일들을 점검해 본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치매노인들의 재산권 보호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프로그램을 18일 방영한다. 한 병원에서 뜨개질로 작업치료를 받고 있는 치매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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