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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이탈리아 패션]아르마니·구치등 유명 디자이너 패션산업…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5 14:21

수정 2014.11.07 00:02



며칠 전 개막한 2006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중에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있었다. 봉송 주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사람이다. 아르마니와 더불어 패션이 이탈리아의 세계적 자랑거리임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탈리아 패션은 그야말로 세계적이며 이탈리아의 다른 디자인 분야에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르마니, 세루티, 발렌티노, 페레, 펜디, 미소니, 베테통, 구치 등이 모두 이탈리아인들이다.

이탈리아 패션산업의 태동과 세계화는 지난 1881년 모직물 제조사인 세루티사의 설립과 양모산업 발전에서 시작한다.
그후 코모에서 실크산업이 발전했고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가죽과 모피사업으로 혁신적 가죽 처리법과 창의적 패션에 의해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섬유·직물 제조업계의 기술은 옷을 만드는 봉제기술로 이어졌다.

제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패션산업은 크게 발전했다. 강대국에 의해 세워진 섬유공장으로 직물이 풍부해졌고 파리의 고급 의류품인 오트쿠튀르의 생산이 노동력이 싼 이탈리아에 맡겨졌으며 파리로 모드를 배우러 간 이탈라아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패션 기술을 전수했다.

1952년에 이르러 당대 이탈리아 패션의 공식적인 기념일에 ‘Made-in-Italy’ 패션을 세계에 알렸다. 60년대에 발렌티노는 재클린 케네디가 그의 드레스를 입고 오나시스와 결혼을 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70년대에는 (오늘날 대한항공 유니폼을 디자인한) 페레가 자신의 상표로 사업을 시작하고 아르마니사도 설립됐다. 80년대에 이탈리아의 패션산업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섬유·의류 수입쿼터 해제 후 저가의 중국산 공세에 밀려 세계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고급 브랜드는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건재하다. 이탈리아 최고급 20개 브랜드의 연간 매출액은 전세계 패션산업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의 특징은 다양성과 전문성이다. 모피제품만을 고집하는 펜디, 니트만을 고집하는 미소니, 젊은이를 주 대상으로 하며 밝은 색상만을 사용하는 베네통, 자수와 아플리케를 사용하며 절제된 우아함을 가진 밀라 숀, 소피아 로렌과 레이건 여사의 옷을 디자인한 발렌티노, 그 밖에 구치, 아르마니 등이 있다.

이러한 이탈리아 패션의 다양성과 전문성은 풍부한 문화유산에서 나온다. 가내 유업을 이어받는 전통에서 축적된 것이다. 단기간에 이탈리아 패션산업이 성공한 것은 중소기업과 대를 이은 장인정신, 그리고 ‘직접경영 방식’에 있다. 이탈리아는 유일하게 ‘부틱’ 문화가 남은 나라이며 그런 ‘부틱’에서 색다른 상품들을 찾는 부유 고객층이 존재한다. 소재산업의 국제경쟁력과 유연한 정보흐름, 마케팅 장으로서의 각종 전시회와 콜렉션 등도 이탈리아 패션의 경쟁력을 높인다.


최근 연구조사에 따르면 패션 디자인 수준, 패션 연관산업 발달, 브랜드 이미지 구축, 소비자 수준 등에서 이탈리아는 프랑스, 미국, 일본보다 우수하며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이탈리아의 유구한 역사와 패션을 문화로 이해하고 대를 이어 일하는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토리노 올림픽을 즐기면서 우리나라의 패션도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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