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몬주익 언덕’과 한국열풍/양형욱기자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5 14:21

수정 2014.11.07 00:01



스페인의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가 지난 13일부터 개최된 유럽형이동통신(GSM)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인 ‘3GSM 세계 대회’로 시끌벅적하다.

전시장에는 전세계 600여개 휴대폰 관련 업체들이 참가했다. 하루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 발 디딜 틈도 없다. 시내 숙박시설까지 만원이다.

이번 전시회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휴대폰 업체들이 한 발 앞선 첨단 제품들을 선보여 유럽인들에게 ‘정보기술(IT) 강국’의 이미지를 남기고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한국 휴대폰 업체의 활약은 바르셀로나가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위치한 이곳 ‘몬주익 언덕’에는 제23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의 기념 조각물이 당당히 서 있어 그날의 영광을 되살리고 있다.

올림픽 사상 최고의 난코스로 악명이 높았던 경사 7도의 난코스인 38㎞ 지점의 몬주익 레이스에서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 일본의 다니구치와 접전을 벌인 끝에 ‘월계관’을 거머쥔 곳이다.

14년이 지난 바르셀로나에서 또다시 ‘한국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인 차세대 이동통신인 고속하향패킷전송(HSDPA), 와이브로 단말기, 모바일 TV폰 등을 한꺼번에 선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연간 2억대 이상의 휴대폰을 팔면서 ‘휴대폰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몬주익 언덕’이 많다. 휴대폰 분야 세계 1,2위인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아성을 넘어야 하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GSM분야의 로열티도 벗어나야 할 굴레다.

국내 업체들은 이제 ‘세계 1위’냐 아니면 중도 탈락이냐의 ‘마의 몬주익 언덕’에 도달했다.
몬주익을 넘기 위해 선보인 것이 바로 HSDPA, 와이브로, 모바일 TV 등이다. 이들 차세대 이통기술을 세계시장에서 성공시키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휴대폰 업체들도 몬주익의 황영조처럼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아성을 넘어 유럽인들의 가슴속에 ‘휴대폰 영웅’ 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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