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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청소년 겨냥 과열 마케팅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5 14:21

수정 2014.11.07 00:01



이동통신 회사들이 매출 신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청소년 고객들에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SK텔레콤, KTF 등 이통사들은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 통화량이 많은 10∼20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보조금 마케팅을 마구잡이로 벌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이통사는 불법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한 ‘YT(영 타깃)세대 폰’을 별도로 지정해 중장년층 고객에게는 판매를 하지 않는 등 고객 차별대우도 일삼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K텔레콤 일부 대리점들은 인터넷 쇼핑몰과 경매사이트에서 ‘YT세대·82년 이후 출생자 전용’을 내걸고 최신 휴대폰을 50% 이상 싼 값에 할인해주고 있다.

실제로 19∼24세인 소위 ‘YT세대’나 82년 이후 출생자들은 LG전자 초콜릿폰(LG-SV590)을 21만원(출고가 55만원)에, 스카이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DMB)폰(IMB-1000)은 7만원선 (출고가 5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YT세대 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프리무제한’, ‘더블문자포토500’ 등 월 8000∼2만5000원의 부가서비스를 1∼2개월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특히 SK텔레콤 대리점들은 24세가 넘은 고객들에게는 YT세대폰을 팔지 않는다. 따라서 나이든 고객이 초콜릿폰을 구입하려면 불법 보조금 혜택을 똑같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YT세대보다 10만원 정도 구입비용이 더 들어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대해 SK텔레콤은 “본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정책상 YT세대에게만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KTF도 졸업·입학 시즌에 맞춰 10대 고객을 우대하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대리점들은 만 19세를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87년3월 이후에 출생한 가입자들에게 성인들보다 싸게 휴대폰을 공급하고 있다. 출고가가 30만원대인 큐리텔의 포켓슬라이드폰(PT-K1500)을 15만원 선에 팔고 있다.

KTF 관계자는 “최근 휴대폰 8개 모델을 선정해 성인보다 2만원 정도 싸게 10대에게 판매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이를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도봉동 정모씨(32)는 “휴대폰을 바꾸려고 대리점에서 가격을 알아봤더니 나이 많은 고객들은 젊은 세대보다 훨씬 비싼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10∼20대 데이터 통화량이 타 세대보다 25∼30%가량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가입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불법 행위 내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불법에 대해선 가중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보조금 차별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자체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점에서 일괄 처벌할 수 있지만 특정 계층에게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차별 행위를 또 제재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3월27일부터 새로운 휴대폰 보조금 법이 발효될 경우 젊은 이통 가입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불법 행위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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