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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지방 주택시장 위기]부산,곳곳에 ‘재분양 현수막’

김재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5 14:21

수정 2014.11.07 00:01



경기 성남 판교 분양 등으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수도권과는 달리 부산·대구 등 지방 대도시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거래 중단사태에다 집값 하락세가 가시화되고 있고 미분양물량이 늘고 있어 자칫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주택건설업계는 올해 지방에 대규모 분양을 계획중이다.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지방 대도시는 부동산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인가. 지난 14일 그 현장을 찾아봤다.

【부산=김재후기자】지난 14일 ‘부산의 강남’ 해운대구. 반듯하게 정리된 도로 사거리마다 경쟁하듯 모여있는 모델하우스들이 이곳 분양 열기를 짐작케 한다.
거리 이곳저곳엔 재분양 현수막들이 쓸쓸히 걸려있다.

늦깎이 겨울바람이 이는 모델하우스 사이로는 한창 공사중인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잿빛 시멘트 골조를 드러내고 있고 도로엔 공사차량과 건축자재가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그러나 이들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델하우스 주변을 지나다 마주친 송모씨(여·45·해운대구 중동)는 “최근 분양한 곳도 많고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도 많은데 굳이 미분양 물건에 관심가질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 현수막 투성이

전국 최대 단지 규모인 LG메트로시티가 있는 남구 용호동 지역. 7000여 가구의 대단지에 증권선물거래소 부산 이전 호재에도 불구하고 요즘 집값은 하락세다.

용호동 L공인 관계자는 “8·31대책 이후로 투자수요가 끊긴 데다 최근 주택 과잉공급으로 거래도 없고 시세도 하락세”라고 전했다.

남구 대현동 S 공인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20층이 넘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부산시내 곳곳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이들 아파트들 대부분이 30% 정도가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내 곳곳에 널린 분양 광고 현수막들이 이를 대변한다”고 했다.

지난 2004년 분양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SK 오륙도뷰도 분양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200여 가구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른 데는 건설업체들이 규제가 느슨한 부산지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5년 동안만 부산지역에서 분양된 물량은 15만여 가구. 부산 주택 총수가 현재 100여 만가구, 주택보급률이 95%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잉공급 우려가 나올만 하다.

■올해 분양 홍수, 위기감 고조

이런 과잉 공급 우려에도 올해 부산지역 분양물량은 49개 단지 4만2360가구에 달한다. 올해 입주물량도 3만1927가구가 잡혀있다. 모두 지난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에만 7만여 가구가 넘는 주택이 분양되고 입주하는 셈.

여기에 재개발 사업지에서 나오는 물량도 대기하고 있다.

최근 시공사가 선정된 부산지역 재개발 사업지만 해도 ▲연산6구역(1011가구) ▲범천1-1구역(1000가구) ▲구포 5구역(1158가구) 등 70여 곳에 달한다. 현재 재개발 사업추진을 앞두고 있는 100여 곳, 진행중인 곳이 40여 곳이다.

시공사가 선정된 재개발 사업지도 시공사들이 섣불리 분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이 과잉 공급됐다는 사실을 조합과 시공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

주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부산지역 분양실적이 30% 안팎에 그치는 등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데도 건설사들이 올해 대규모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요즘 부산과 충북 청주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말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집값 하락속 양극화는 심화

이에 따라 부산 지역 주택가격은 전체적으로 하향세다. 서울의 3분의 1이라던 부산 아파트 시세는 지금은 옛말이 돼 버렸다. 부산의 강남이라는 해운대구조차 30평형대 평당가는 600만원대. 50평형대가 900만원 선이다.

미분양이 넘쳐나다보니 분양권 값도 좋을 리 없다. 동래구 아파트 분양권 값은 지난 한달 동안만 최고 2000만원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8·31대책으로 정부가 2주택자에 대해 규제를 가하자 수요자들은 ‘목 좋은 큰 평수’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만 심해지고 있다.

남구 용호동 신신공인 장기영 소장은 “그동안 주택공급이 다소 많아도 신혼과 세대분리를 통해 신규 수요가 창출됐으나 이게 다주택자로 규정되면서 오히려 처분 매물만 늘고 매수문의는 줄었다”며 “그나마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것 하나’라는 생각으로 목 좋은 큰 평수로만 몰리면서 양극화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글·사진= hu@fnnews.com

■사진설명=지난해 주상복합아파트와 모델하우스 무더기 분양으로 모델하우스 밀집촌이 형성된 부산 해운대구 중동 일대.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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