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성실 납세제 도입 취지 살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9 14:21

수정 2014.11.06 23:59



정부가 지난해 도입하려다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던 성실 납세제가 관련 단체간 합의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납세 편의를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새 제도의 시행이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작 합의된 수정안에 원안의 핵심 조항이 빠지는 등 실효성이 의심스러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정부는 개인사업자중 75%, 법인 45%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었지만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10개 업종으로 축소해 대상자가 3만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성실 납세로 수혜를 볼 대상 기업이 많을 것을 기대했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벌써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성실 납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 장부 사용도 의무화하지 않기로 돼 있어 문제다.

전자 장부를 사용할 경우 자영업자의 매출 등 영업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지 않아 자발적으로 도입할 대상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 업체가 대폭 줄어든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을 제외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삼으려 했지만 세무사단체의 반발로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10개로 제한했다. 전사적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한 사업자나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영화관 등 10개 업종은 이미 수입 내역이 전산화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새 제도 도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초 정부안이 받아들여지면 업체의 기장 대행을 해온 세무사들의 일거리가 대폭 줄어 들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니 이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반대해온 것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성실 납세자를 선정할 때 세무사회가 직접 참석하도록 하고 새 제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세무사 징계 조치도 완화해주는 방안을 정부측이 제시한 것은 지나치다.
새로운 제도의 근간은 거의 사라지고 뼈다귀만 남김으로써 정부가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보다는 도입 자체에 만족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이익단체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고 정부는 이를 사전에 세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정부가 반발 무마를 위해 지나친 ‘떡고물’을 준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정안의 문제점을 다시 면밀히 검토해 효과적인 제도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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