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도입하려다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던 성실 납세제가 관련 단체간 합의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납세 편의를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새 제도의 시행이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작 합의된 수정안에 원안의 핵심 조항이 빠지는 등 실효성이 의심스러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정부는 개인사업자중 75%, 법인 45%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었지만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10개 업종으로 축소해 대상자가 3만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성실 납세로 수혜를 볼 대상 기업이 많을 것을 기대했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벌써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성실 납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 장부 사용도 의무화하지 않기로 돼 있어 문제다.
대상 업체가 대폭 줄어든 것도 문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을 제외한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삼으려 했지만 세무사단체의 반발로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10개로 제한했다. 전사적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한 사업자나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영화관 등 10개 업종은 이미 수입 내역이 전산화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새 제도 도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초 정부안이 받아들여지면 업체의 기장 대행을 해온 세무사들의 일거리가 대폭 줄어 들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니 이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반대해온 것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성실 납세자를 선정할 때 세무사회가 직접 참석하도록 하고 새 제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세무사 징계 조치도 완화해주는 방안을 정부측이 제시한 것은 지나치다. 새로운 제도의 근간은 거의 사라지고 뼈다귀만 남김으로써 정부가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보다는 도입 자체에 만족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이익단체의 반발이 있게 마련이고 정부는 이를 사전에 세밀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정부가 반발 무마를 위해 지나친 ‘떡고물’을 준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정안의 문제점을 다시 면밀히 검토해 효과적인 제도를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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