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총시즌을 앞두고 회사정책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측에 고배당을 요구하거나 특정이사의 선임 반대의사를 공개표명하는 등 그동안의 거수기 역할을 벗어 회사경영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배당 높여라” 압력 잇따라
고배당 압력은 그동안 외국인·기관투자가의 몫이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공기업의 배당수입을 확대하려는 정부에 이어 소액주주들까지 전방위로 ‘제몫찾기’에 나선 것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2월결산 법인들의 주주총회가 이번주 8개사, 다음주 40여개사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배당수위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성신약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 표형식씨는 최근 회사측의 저배당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신문에 2면짜리 전면 광고를 내고 주주들에게 주주협의회 결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표씨는 “일성신약의 지난해 순이익은 281억원으로 전년의 2배 가까이 늘어났으나 배당금은 전년과 같은 주당 400원, 총 10억6400만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터무니없이 작은 배당금으로 주주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배당률을 높이기 위한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투자기업 120개사에 배당정책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 질의서를 보냈는가 하면 미래에셋도 배당이 낮은 기업들의 주총에 적극 참가하기로 했다.
한국투신운용 김상백 주식운용본부장은 “예전에는 특별히 사안이 있는 기업에만 질의서를 보냈다”며 “올해는 펀드 규모가 커지고 지분이 확대돼 지분을 1% 이상 갖고 있는 기업에 모두 보냈으며 답변과 주총 안건을 받아 본 뒤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미국계 투자자문사 해리스어소시에이츠로부터 고배당 압력을 받고 있다. 해리스는 14.99%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와는 별도로 지분율 5.04%(6만2363만주)를 가지고 있는 프랭클린뮤추얼어드바이저의 움직임도 관심거리. 프랭클린은 최근 KT&G에 이사 선임을 요구한 칼 아이칸과 타임워너 간 분쟁에서 아이칸측에 선 미국계 펀드다.
전문가들은 주주들의 고배당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기업들이 실적은 꾸준히 좋아지는 반면 설비투자 등 지출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유현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도 배당금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12월 결산법인의 현금배당(13일 현재)은 전년보다 9.7% 감소한 6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사보수 인상 등 반대 잇따라
자산운용사를 위주로 주총에 상정된 특정 의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오는 28일 열리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총 의안으로 상정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국운용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46%(98만5979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운용은 뚜렷한 이유 없는 이사 보수 인상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주총에 지난해 6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한도를 90억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사 수(총 7명, 사외이사 2명 포함)변동 없는 보수한도 인상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게 한국운용의 지적이다.
‘세이고배당주식’, ‘세이고배당밸런스드60주식혼합형’펀드를 통해 성신양회 주식 61만5630주(3.216%)를 보유한 세이에셋자산운용도 주총 안건 중 사외이사 연임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오는 24일 열리는 성신양회 주총에 상정된 사외이사 후보중 김재실 경남기업 사장의 경우 지난해 27차례 이사회에 7차례 밖에 출석하지 않아 출석률이 25.9%에 불과하다는 것이 세이에셋의 반대 사유다.
세이에셋운용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감독해야 할 사외이사의 출석률이 낮다는 것은 제기능을 못했다는 것이라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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