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자본시장통합법]“업종 칸막이 없어졌다”금융산업‘빅뱅’예고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19 14:21

수정 2014.11.06 23:58



“자본시장 통합법의 핵심은 자유로운 시장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새로운 금융투자회사가 출현,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다.”(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시각은 한부총리의 언급대로 간단 명료하다. 금융업종간 칸막이를 완전히 터 자율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매머드급’ 금융투자회사 출현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금융기관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기관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아울러 금융업종별로 제각각인 법률을 하나로 묶어 국민적 혼란을 막고 나아가 투자자 보호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열악한 자본시장이 통합법 제정 배경

국내 자본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자금 중개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은 2000년 14조원에서 2005년 7조원으로 줄었다. 회사채를 통해 자본조달도 2001년 87조원에서 2005년 48조원으로 감소했다. 이러다보니 전체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53.9%에서 2004년 52.2%로 감소 추세다.

자본시장의 구조조정도 미흡하다. 증권사는 1999년 33개에서 2005년 44개로, 자산운용사는 31개에서 38개로 오히려 늘었다.이 기간 은행은 23개에서 19개로 줄었다.

자본시장관련 금융산업의 규모 확대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1999년 4000억원이던 자기자본 평균이 2005년에도 4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은행은 1999년 1조5000억원에서 2005년엔 4조원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익성도 정체돼 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1년 5.5%에서 2005년 상반기 7.1%로 소폭상승했지만 은행은 같은기간 12.8%에서 19.6%로 크게 늘었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경우 14.5%에서 5.4%까지 급락했다.

요컨대 증권사는 숫자가 배나 많아 영업익은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등 수익성이 척박한 실정이다.

자본시장관련 법제도의 난립도 문제다. 법률마다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 고객 혼란만 가중되고 소비자피해는 뒷전이다.

■은행, 보험, 금투사 등 3대축 재편

현행 금융관련법은 은행업법, 증권거래법, 보험업법, 서민금융기관금융업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기타 금융투자업법(창업, 부동산, 선박투자회사법 등)등 무려 14개나 된다. 정부는 이를 4개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은행업법과 보험업법, 서민금융 관련 금융업법 등 3개 법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증권거래법을 포함한 나머지 10여개 법률은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가칭)로 한데 묶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은행과 보험 중심이었던 금융산업이 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3대 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는 한 회사가 매매, 중개, 자산운용, 투자자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영업을 할 수 있어 금융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빅뱅’ 본격화

자본시장 통합법이 제정되면 영세 금융업종간 ‘이합집산’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막’ 역할을 했던 칸막이가 없어져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50여개 증권사와 40여개 자산운용사, 10여개 선물회사들이 인수나 합병을 통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10개 정도의 증권회사가 금융투자회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매나 중개, 자산운용 등에 특화된 금융회사 출현도 예상된다.

파생상품시장의 획기적 발전도 기대된다. 금융상품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포괄주의가 도입되면 실업률 등 거시경제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권, 날씨 등 자연과 환경 등 상상이 가능한 모든 대상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도 가능하게 된다.

■투자자 보호 초석 마련

자본시장 통합법은 투자자보호 선진화도 중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금융투자회사가 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제’가 도입된다. 특히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특칙’을 명문화할 방침이다.

텔레비전이나 홈쇼핑 등을 통한 금융투자회사의 광고도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이 광고를 할 경우 엄격하게 제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희생해 금융투자회사나 타 투자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해상충 방지 장치도 강구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단일의 금융투자업을 할 경우에도 이해상충은 발생하지만 복수의 금융투자업간 겸영이 허용되면 발생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방지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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