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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두신경증]“내 목에 뭔가 걸려있나봐”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0 14:21

수정 2014.11.06 23:58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언제부터인가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언젠가 낫겠지’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지냈지만 목의 불편함 지속되었고, 이로인해 신경만 날카로워졌다. 그 후 병원을 찾은 이모씨는 ‘인두신경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물감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예상외로 많다. 통계에 따르면 정상인의 45%가 일시적인 목의 이물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빈도는 이비인후과 초진 환자의 4∼10%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스트레스에 의한 신경증이다. 따라서 이씨처럼 별다른 원인없이 목에 무언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나 목 안이 조여지는 증상이 있다면 ‘인두신경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병을 부른다

이 질환은 2000년 전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다. 목에 공 같은 것이 걸려서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하여 히스테리성구(Globus Hystericus)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 목에 이물이 없기 때문에 신경증으로 구분된다.

오랫동안 이 증상으로 고생해본 환자들은 의사가 별 이상이 없다고 해도 잘 믿지 않는다. 주로 히스테리 경향이 있는 중년 여성에게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젊은 남녀에게도 많이 나타났다.

이 병의 진단은 이학적 검사나 방사선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이 될만한 질병을 배제하고 나서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될 때 내려지게 된다.

인두이물감 증상은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혀뿌리 부근의 설편도선이 크든지 만성인두염, 만성편도선염, 만성축농증이 있을 때에도 목안이 답답하고 침을 삼킬 때 덩어리 같은 것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느낌을 주며 목이 마르고 답답한 느낌을 갖게 한다.

빈혈이나 갱년기 전후에 오는 내분비계의 이상, 위장장애, 고혈압, 자율신경장애 등 여러 가지의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가 있다. 최근에는 위·식도 역류질환에 의한 인두이물감도 많이 보고되고 있는 추세이다.

■원인은 아직 불확실

평소 목안 깊숙한 부위에 무언가 걸린 듯한 불쾌감을 느끼며 침을 삼켜도 개운하게 넘어가지 않고 무언가 조금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물을 마시면 다소 해소되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도 한다. 때로는 가벼운 통증이 목안에서 느껴질 수 있으며 목안이 건조하다고 느끼게 된다. 코에서 목 뒤쪽으로 끈끈한 가래 같은 분비물이 넘어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을 먹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병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인두와 후두 근처에는 많은 림프조직이 있고 염증에 민감하다. 그래서 흔히 이를 인·후두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당수가 폐경기 이후의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호르몬 감소에 의해 인후점막상피세포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정신과적인 홧병의 한 증상이기도 하며 욕구불만이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을 삼킬 때 통증을 느끼거나 체중 감소, 구취 또는 음식물의 역류 등이 나타날 때는 다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목에 이물감을 느끼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보통 염증, 비염 및 부비동염, 설편도 비대증, 위식도 역류, 경부골성증식, 인후두부 경련, 악관절기능이상, 신경증, 내분비 계통의 질환,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 과도한 흡연, 음주습관, 악성종양 등이 있을 경우 이물감을 느낄 수 있다.

■여유로움을 갖는 것이 중요

일반적으로 기질적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한다. 우선 이비인후과에서 후두와 인두부 검사를 시행하고 위식도를 관찰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한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인두나 후두부의 부종이나 염증 등 이상 소견이 있는지 관찰한다. 이러한 여러 검사로도 이상이 없을 경우 인두신경증이라고 한다.


인두신경증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과도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또는 암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박경유 교수는 “이 질환은 마음이 여유롭지 못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학적 검사 및 여러 진단방법으로 다른 질환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환자 자신이 심각한 병이 없고 건강하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자가 의사의 진단을 신뢰하고 스스로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취미 생활을 갖는다든가 체력에 맞는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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